집사람을 만나게 된 사연 - 11부
그들이 들어간 여관문을 먼곳에서 한동안 응시만했다.
(“더러운 년놈들..! ) 내 목구멍에서는 당장이라도 거친 욕지거리가 나올것만 같았다.
공중전화 부스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가로등 불빛에 길게 늘어 선 내 그림자가 어서 이곳을 떠날 것을 종용하듯 거리쪽을
향해 쭉 뻗어있었다.
담배를 물고 정처없이 거리를 헤매이다 집으로 들어가기전 소주 한병을 사서 마셨다.
다음날 몸살기가 있어 직장에 조퇴를하고 방에 쳐박혀있는데 저녁때쯤 수경이가
찾아왔다.
“어디 아파.?”
“..............”
“많이 아픈 것 같은데...”
“ 아니야...조금 감기 기운이 있어서....” 난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수경이는 바닥에 안더니 어제 어디갔었냐며 물어왔다. 회사에 전화를 해보니 비번이라
안나왔다며 어디간다면 간다고 연락좀 하라고 벌써 마누라처럼 바가지성 잔소리를
긁어대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연락이 않되서 걱정 많이 했다며 혹시나 경찰에 끌려가
지는 않았나...사고를 당하지는 않았나...어제 밤 한숨도 잠을 자지를 못했다며...
쉬지 않고 주절대기만 했다.
(...잠을 한숨도 못잤다고...그러겠지..내 걱정때문이 아니라 사장놈과 놀아나느라고..)
이런말이 내 목구멍에 걸려 있었다.
내가 아픈 것은 안중에도 없나보다...
어쩌면 저렇게 낮빛도 변하지 않으면서 거짓말을 할수 있을까..?
과연 저런 여자하고 행복하게 살수 있을까..?
수만가지 생각이 짧은 시간동안 교차되어 갔다.
“도대체 내 말은 듣고있는거야!” 짜증섞인 수경이의 말이 내 귓전을 때렸다.
“..............?”
“우리 결혼 말이야...집에서 덕구씨가 고등학교 나온 것으로 알고있다가 직훈나온 것을 알고
조금 망설이시는 것 같아...!“
“..............”
“그래서 우리 결혼 조금 늦췄으면 하는데...”
어제밤에 사장놈과 여관방에서 무슨일이 있었길래 곧 결혼할것처럼 설치던 여자가 오늘
이런말을 하는것일까..? 조금 궁금해졌다.
별말이 없는 내가 답답했는지 수경이는 이만 일어선다며 일어났다.
일어서는 수경이의 허벅지를 본 순간 수경이에게 처음으로 알 수 없는 성욕을 느끼며
아랫도리가 발기가 되었다.
난 일어서는 수경이의 손을 잡고 오늘 밤 잠깐 있다가 가라고 했지만 아픈 사람이 무슨
짓이냐며 냉큼 밖으로 나가버렸다. 허망했다. 조금있던 의욕이라는것도 내 몸에서 모두
빠져 나가버린것만 같았다. 난 그렇게 3일을 앓아 누워 있었다.
4일째 되는날 회사에 나갔지만 회사에서 내 자리는 없었다.
주임이라는 사람은 내게 실망했다며 다른곳에 가서는 그러지 말라며 훈계까지 하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직장 잡기가 어렵지 않을때라서 난 두말없이 그곳을 나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탔는데 우연히도 내가 도착한곳은 중만형님이 사시는 동네였다.
돌아갈까 생각하다가 이내 생각을 바꾸고 중만이 형 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이상한 냄새가 날 자극했다. 아무도 없는곳에서 혼자 있던 형이 그 자리에서
용변을 누고 눈물을 흘리며 누워 있었다.
난 뜨거운 물을 끓이고 형을 씻긴 후 눕힌 뒤 밖으로 나가 몇벌의 속옷을 사서 갈아
입혔다. 형은 뛰엄 뛰엄 내게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난 형의 두손을 꼭 잡고
지난 형수와 있었던 관계에대해 입으로는 말을 못했지만 죄송하다는 뜻을 잡은손을
통해 형에게 전하고 있었다.
난 간단히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준비가 다 되어갈 때 쯤 파김치가 다된 선희가 집으로 들어왔다.
선희는 다시 찾아 온 나를 보고 조금은 놀란 눈치인 모양이다.
한창 고운 나이에 아버지 수발하느라고 고생하는 선희가 가여워 보였다.
중만이 형 저녁식사를 끝내고 우린 자연스럽게 한상에 앉아 저녁을 같이 먹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