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그넘 (2부)

야설

도서관의 그넘 (2부)

avkim 0 1149 0

다음날...제대로 자지 못해 비몽사몽간에 출근을 했고 그 역시 눈이 벌개져서 왔다. 우린 서로 쳐다보면서 웃음지었다. 그 역시 잠을 못 잔 것 같다. 그리고 나서 며칠 동안 우린 둘만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가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 피해요??" "피하긴 누가...." "근데 왜 말도 잘 안하고 눈두 잘 안맞춰요" "좀 어색해서 그러지....미안하기두 하구..." "뭐가 어색하고 미안한데??" "그냥..." "이따 저녁 때 잠깐 봐요" "어...." 저녁때 우린 지난 번의 그 호프집에서 다시 만났다. 둘이서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다가 내가 물었다. "오빠...." "응....말해...." "왜 나 피해요...싫어요??" "아니...피하긴 누가..." "피했잖아요...." "........................" 그는 말없이 술잔을 기울인다. 나 역시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술을 마신다. 한동안 그렇게 말없이 술만 마셨다. "정미야...." "말해요" "내가 말이지...내가 나쁜 놈이지...." "뭐가 나쁜 놈인데요..." "나이두 어린 너한테 말야....이런 생각 가지면 나쁜 놈이지...." "무슨 생각요...말로 해봐요" "나...지난 번에 노래방에서...너랑 끝까지 가구 싶었다....."

 

"그게 나 피한 이유에요?? 미안해서??" "웅....넌 나이두 어린데....내가 나쁜 놈이야...너한테 그런 생각 가지면 안 되는데...." 이 남자 참...내가 이럴 때 뭐라 해야 하는지.... "괜찮아, 난 오히려 기분 좋은데??" ".................................?" "오빠가 날 여자로 봤다는 말 아냐....글구 내가 오빠한테 그런 맘 들게 했다는건 나한테두 매력이 있단 말이잖어...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짜식...세상 남자들 다 늑대다...너 나 믿지마..." "걱정마셔~ 내가 누군데~" 그는 한참 술 취해서야 이런 이야길 한 것이다. 사실 왠만한 남자들 같으면 그 때 노래방에서 진도 나갔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이 남자가 믿음직스럽다. 그는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해 놓구 정신없이 술을 마신다. 아무래도 민망함을 잊기 위한 몸부림인 듯...^^ 난 그가 취하면 데려다줘야 한다는 생각에 술을 자제한다. 에휴...이건 정말이지 반대야...반대....^^ 어느덧 밤이 늦어 으슥해졌다. 이젠 집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술집에서 나와 일단 취한 그를 데려다 주려고 그를 부축하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도서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지난 번에 얘기를 들어 어디 근처인지는 알고 있었기에 그쪽으로 갔다. "오빠...정신차려...집 다왔어..." "어? 집? 왠 집....우리 집 서울이야...." "서울 집 말구....오빠 지금 사는 집~~~" "거긴 집이 아냐....그냥 잠자는데야...." "아무튼!!집이든 잠자는데든 다 왔으니 좀 깨!!!" "어...나 술 안취했다~" 혀가 다 꼬였는데 안취하긴...쯧쯧...술취한 사람들이 술취했다고 하는거 한번도 못봤다.

 

"몰라...자꾸 이러면 여기다 버리구 가버린다~~" "가지마....나 혼자 두고 가지마...." 에공...갑자기 맘 약해지게 만드는군...가지말라뉘.... "정미야....가지마...오빠가 너 좋아하는거 알지~~" 허걱..이건 또 먼소리여....띠...맘 약해지게 만드는군...^^ "알지~~~나두 오빠 좋아해~~~제발 술 좀 깨라....엉?" "아...정미야.....하아....." "알았어...오빠가 나 좋아하는 거 알았으니까...집 어디야....말 좀해봐..." "저기....편의점 뒷골목으로 좀 올라가면 돼...너 인제 집에 가봐..." "오빠 들어가는 거 보구...안심이 안되잖우~" "오빠 갈 수 있어~~걱정마...." "알았어,....그럼 문 앞까지만 데려다 줄게!!" "가라니까!!!!!" "왜 그래~ 왜 나한테 신경질이야!!!난 뭐 좋아서 이러구 있냐..." "하아...너 우리 집 앞까지 가면 오늘 집에 못들어간다...." !!!!!!!!!!!!!!!!!!! 허걱....이걸 어째야 하나...설마...설마.....^^ "못들어가긴 왜 못들어가....들어갈꺼야!!그니까 얼른 가자..." 난 그를 달래 그의 집 앞까지 갔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걸 확인하려고 뒤에 서있는데 열쇠를 못찾는 것 같았다. 난 그에게서 열쇠꾸러미를 받아서 대신 문을 열어 주었다. 내가 뒤돌아서는 찰나...갑자기 그가 나를 집안으로 밀어넣는다. "내가 말했지....여기까지 오면 너 집에 못간다구...." "못가게 하면 어쩔건데?? 잡아 먹기라도 할래??" "당연하지...너 여기까지 왔으면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뜻 아냐??"

 

"하...물에 빠진 사람 건져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군...." "그래...니 맘대로 건져 놨으니 보따리도 내놔...." "오빠 언제 나한테 보따리 맡겨놨어???뭘 내 놓으란 거야!!" 그가 갑자기 날 꼭 끌어안는다. 난 가만히 서있었다. 어쩌면 나도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여기까지 따라왔는지도.... 귓가에 그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하아...정미야...오빠가 정미 너무 좋아해....그래서 미안해...." "뭐가 미안해...좋아하는게?? 그게 왜 미안한데~ 나두 오빠 좋아해~~" 그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맞춘다. 나 역시 입을 벌려 그의 혀를 맞이한다. 한동안 그렇게 끌어안고 키스하다가 그가 날 풀어준다. "집에 가....오빠 잘게..." "그래...갈게...." 그는 내가 가는 것도 보지 않고 욕실로 들어간다. 난 문가로 나가다가 멈칫했다.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날 보내고 싶어하지 않으면서도 보내야 하는 맘.... 솔직히 고민된다. 어떻게 해야할까....그와 밤을 보내도 괜찮은 걸까.... 한참을 고민하고 서있던 나는 그의 침대에 걸터 앉았다. 잠시 후...그가 씻고 나와 침대에 앉은 나를 발견했다. "너!!왜 아직 안갔어!!어서 못가니??"

 

"화장실 좀 들렀다 가려구..." "그럼 빨리 볼 일 보구 가...나 잘테니까 인사하지 말고 그냥 가..." "문은 어떻게 해..." "이 열쇠로 잠궈. 난 딴거 있으니까."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그는 나를 등지고 눕는다. 난 그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곤...잠시 고민하다가 샤워를 했다. 욕실 문을 열기가 두렵다. 문을 열면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니까.... 난 옷을 입고 욕실을 나왔다. 그는 여전히 이 쪽을 등진 채 누워있다. 잠이 들은 거 같지는 않다. 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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