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 그녀 (12부)

야설

띠동갑 그녀 (12부)

avkim 0 1224 0

며칠이 흘렀습니다. 띠녀는 무시기전법으로 일관했습니다. 전활 해도 무응답, 찾아가도 무덤덤... 속은 탔지만 어쩌겠슴까. 지은 죄가 있는데... 띠녀가 화가 풀릴 때까지 거의 매일 띠녀에게 문자를 날리고 매일 꽃이다 선물이다 사들고 알바하는 카페로 찾아갔는데.. 띠녀는 영업에 지장있다며 찾아오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다고 안가면 벌넘이 아닙죠. 줄기차게 쫓아다녔습니다. 솔직히, 띠녀가 홧김에 뭔 일이라도 저지를까봐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검다. 그러자 띠녀는 알바를 그만둬버렸고... 벌넘은 이젠 띠녀의 집 앞에서 보초를 서는 지경이 됐슴다. 12시가 넘어서 택시에서 내리는 띠녀를 본 뒤에야 집으로 향하길 여러날... 띠녀의 생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밤, 비록 약속대로 남자 둘을 마련하진 못했지만 대신 장미 백송이와 진주 목걸이 귀걸이 세트를 사들고 골목 어귀에 차를 세워놓고 문 앞에서 기다렸슴다. 12시가 넘으면 젤 먼저 그녀에게 생일 축하를 해주리라...

 

-내가 이인분이 되어줄게... 이따위 멘트를 날리며 준비한 진주 목걸이를 걸어주면 지가 안풀고 배기겠슴까? 그러나 12시가 넘고 1시가 넘고 2시가 넘도록 띠녀는 오지 않았습니다. 폰을 때리고 싶었지만 감동을 전해주기 위해서 참았습니다. 그러나 새벽이 되도록 띠녀는 오지 않았습니다. 찬 새벽 기운에 장미는 시들어버리고.. 한 숨 푹 내쉬며 꽃을 어쩌나... 갈등 때리고 있는데 집 안에서 여고생 한 명이 튀나옵니다. 올해 고2인 띠녀의 동생이었슴다. 피자랑 팥빙수랑 두어번 만나 사준 적이 있어 행여나 알아볼까 싶어 등을 돌리고 섰는데... -밤새 기다리신 거예요? 화들짝! 쉬팍 날 보고 있었단 야그...? -어... 이제 학교 가니? -언니, 여행갔는뎁... 젠장, 된장, 환장... 알고 있었음 갈춰줬어야지!!! 욕이 아가릴 찢어버릴 듯 요동을 쳤지만... 참아야죠. 암... -맞어. 그런말 했던 거 같다... 정신이 없어서 말야... -밤 새실 줄은 몰랐어요. -어.. 그냥 날씨도 좋고... 후두둑! 비가 뿌리기 시작합니다. 쓰바... 장미 꽃송이로 머리를 가리는데, 띠녀의 고삐리 여동생이 우산을 펼쳐듭니다. -이거 쓰세요.. 후줄근한 모습으로 우산을 쓰고 내려오는데 정말 번개라도 맞아 죽고 싶은 심정뿐이었슴다.

 

그런 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잘조잘재잘조잘... 차 있는 곳까지 와서 띠녀의 여동생에게 태워다 줄까? 했더니 좋다고 올라탑니다. 학교까지 가는 동안 한숨을 몇번 쉬었던 것 같긴 한데... -아저씨, 한숨을 딱 12번 쉬셨어요. -그랬니? -포기하세요. 울 언니, 아저씨한테 맘 떠났어요. 지지배가 암 생각없이 치마를 입고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는 바람에 은근히 쏠려 있었는데... 퍽! 말이 몽둥이가 되어 뒤통수를 날리는 순간입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뭘 잘못하셨는지 모르지만 언니가 아저씬 구제불능이라던데요? 이론 닝기미!! 애한테 할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쩍팔려 뒤지는 줄 알았슴다. -저...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먼데요? 일단 말을 꺼내기 전에 만원짜리 몇장을 꺼내줍니다. -용돈 모자라지? -헤... 받아도 되나 몰겠네... 억지로 가방에 쑤셔넣으며 간절하게 말합니다. -니네 언니 화 풀어주고 싶어서 그러거든. 언니 가는 데 알면 나한테 문자 좀 날려줄래? 내가 우연인 것처럼 해서 나타나서.. 알지? 무슨 얘긴지...?

 

-간첩놀이 싫은데... -간첩놀이가 아니고 인명구조야.. 나 좀 살려주라... 애처로운 날 보는 삐리의 눈빛에 살짝 동정의 빛이 어립니다. 얼렁 만원짜리를 두장 더 뽑아 손에 쥐어줍니다. -사는 게 다 그렇죠, 뭐... 기운내세요. 누가 띠녀 동생 아니랄까봐 기어코 염장을 한번 질러주고 내리는 삐리입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이 벌넘을 슬슬 피합니다. 수염은 꺼칠하고 눈알엔 핏줄이 서고... 늘 전화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틈틈이 날려오는 삐리의 보고로 일하다가도 말고 띠녀의 뒤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슴다. 글고 마침내 띠녀가 만나는 넘을 목격하게 되었는데.... 씨바, 나보다 키도 작고 안경도 좆도 답답한 걸 쓰고 있는 무슨 연구원인가 하는 놈이었슴다. 그날도 남자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 앞에서 만나 밥 먹고 술 마시고 늘 가던 대로 나이트엘 가나 싶었는데... 어엇! 이 뇬넘들이 향하는 곳은 모, 모텔 골목이었슴다. 갑자기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남자가 띠녀를 꼬시려는 게 아니라 띠녀가 남자넘을 꼬시려고 꼬리치는 것 같이 보였습니다.

 

국가대표 킹카도 아니고 뭐 저런 생기다 만 것 같은 새끼한테 넘어갔나 분통이 터지기도 했고, 띠녀가 저정도밖에 안되는 여잔가 싶어 실망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었슴다. 무작정 두 뇬넘이 들어간 모텔로 따라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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