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 2부88장

야설

알바 - 2부8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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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최은희 & 윤기숙













송실장이 일어나서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빗질도 했다. 나를 따라 나서면서 나에게 칭얼거린다.













"히이잉. .. 자기 여기서 나랑 자고 가면 안돼?"

"학생들이 같은 건물에서 살고 있는데, 외박을 하면 되겠어?"




"그니까 걔네들이랑 왜 같은 건물에서 사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녀는 계속 쫑알거렸다. 그렇지만 빈 택시가 왔다. 우리는 월요일에 회사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는 택시에 탔다. 










집에 도착했는데 지혜가 없다. 아니, 집 안에는 아무도 없다. 불도 켜있지 않아서 어둡다. 




나는 여기 저기를 돌아다녔다. 마치 지혜가 어딘가에 숨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 지혜를 찾아 낼 것처럼.




그렇지만 없는 지혜가 있을 리가 없다. 미친 짓이다. 갑자기 허무감과 공허감이 물밀듯 밀려온다. 내가 반년이 넘도록 살고 있는 내 집인데도, 내가 낯선 곳에 와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분명 지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지혜가 있기를 바라고 있었단 말인가?




나쁜 놈.










전화기에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음이 난다.

시간은 이미 자정이 넘었는데, 이 시간에?

설마 지혜는 아니겠지?







발신인은 최은희이다.










"오늘은 태현씨가 너무 보고싶네. 잠이 안와."













최은희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같다. 그녀도 혼자 있을테니까, 그녀에게도 외로운 밤이겠지. 




혹시 그녀가 어디 아픈 것은 아닐까? 지난 번에 감기 몸살로 고생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 최은희가 아프든, 아프지 않든, 텅 빈 집안에 혼자 이리 저리 뒤척이고 있을 것이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이 늦은 시간에도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 카랑카랑하게 울린다.













"아이. .. 깜짝 놀랐잖아."

"왜?"




"밤 늦게 갑자기 전화 벨소리가 나니까. .."

"그럼. .. 밤 늦게 나한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누구지?"




"그거야 .. "




"밥은 잘 먹어?"

"응."




"아프지는 않고?"

"안아파."




"잠은 잘 자?"

"그. .. 그건. .."




"하는 일도 잘 돼?"

"내가 어린애야? 왜 자꾸 이런 것을 물어봐? 적응 안되네."




"지금 나 보고 싶어?"

"그렇다니까."




"그럼 .. 내가 지금 누나한테 갈까?"

"지금? 자기 안잤어?"




"안자니까 이렇게 누나랑 전화 통화를 하죠. 그럼 한 시간 정도만 기다려."

"한 시간은 너무 길어. 30분으로 안돼?"




"아무래도 그건 무리야."

"히이잉. .."













나는 전화를 끊고, 재빨리 욕실로 달렸다. 징징대며 졸라대는 듯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도는 것 같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으니까 서둘렀는데도 벌써 30분은 가버렸다. 최은희가 혼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눈에 선하다. 나는 급하게 오피스텔을 나서서 택시에 탔다. 다행히도 택시 기사는 밤길이라면서 엄청 달린다. 속도를 측정하는 카메라가 달린 곳은 귀신같이 알아맞춘다. 원래는 40분 정도 걸리는 길을 그는 20분 만에 해치운다.







최은희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있는 경비실 옆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택시에서 내리는나에게 그녀는 파고 들며 안긴다. 










"하아. .. 자기야. .."

"이 늦은 밤에 왜 밖에 나와서 이래?"




"30분 걸린다고 해서, 시간 맞춰서 내려왔지."

"30분이라는 말은 누나가 했지. 아무튼 별 일 없는 거지?"




"일? 우리가 이렇게 만난 일? 히히."













나는 최은희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았다. 열은 없다. 몸이 아픈 것은 아닌 것 같다. 최은희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비빈다. 조그만 강아지 같다. 그런데 송실장과 같이 보낸 시간 탓인지 내가 엄청 피곤하다. 저녁을 먹은 것도 이미 소화가 다 되었는지 허기가 질 정도이다. 금강산도 분명 식후경이라고 했다.










"어떻게 할까? 밖에 나가서 맥주? 아니면 나한테 올라가서 와인?




"누나 저녁은 먹었어?"




"뭐야? 자기, 지금 배고픈거니?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저녁밥 얘기를 해?"













그녀가 사는 골목 끝에 24시간 영업하는 천국김밥 집이 있다. 우리는 그 곳으로 들어갔다. 나는 오믈렛과 스페셜 떡볶이를 주문했다. 그런데 최은희도 제법 먹는다. 그녀는 귀찮아서 저녁을 대충 해결한 모양이다.













"혼자라고 부실하게 먹고 그러지 마."

"저녁?"




"저녁이건, 점심이건."

"나는 원래 점심을 챙겨서 먹고, 저녁은 대충 해결하는 편이거든."




"그러다가 일이 바쁘고 귀찮으면 점심도 대충 하고?"

"어머. 어떻게 알았지? 헤헤."




"자꾸 그러면 몸 상할텐데."

"하아. .. 할아버지 같은 소리를 왜 하니?"













생각해보니까 전에도 내가 여기 와서 최은희와 같이 심야 영업을 하는 식당을 찾아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밤 늦게, 자기 전에 먹는 것도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지만, 너무 부실하게 먹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최은희의 몸에 살이 붙지 않는걸까?




먹고 나니까 갑자기 배가 부르면서 갑자기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피로가 몰려온다. 우리는 식당을 나왔다. 그녀가 내게 팔짱을 꼈다. 쌀쌀한 밤공기를 마시며 최은희의 아파트를 향하여 천천히 걸었다.










"이 삭막한 길도 자기랑 같이 걸으니까 참 좋네."

"미안해요. 내가 자주 와서 누나랑 같이 걸어야 하는데 .."




"회장님이 그럴 시간이 있기는 하고?"

"말로만 회장이라니까. 그런데 누나는 이 늦은 시간에 왜 안잤어?"




"뭐야? 그럼 자기는 이 늦은 시간에 여기는 왜 왔어?"

"새삼 스럽게 왜 이래? 그거야 당연히 누나가 나를 보고 싶다고 해서."




"새삼스럽게 시작한 것은 자기거든요. .. 매일 보고 싶은데, 그럼 매일 올래?"

"누나도 참. 어떻게 그러냐? 매일은 아니더라도 자주 올게."




"자기는 나 보고 싶지 않니?"

"왜 안보고 싶어?"




"하아. .."

"그렇게 한숨 쉬지 마. 땅 꺼져."




"그래.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다가 언젠가 만나면 반가운 거지."

"지금 우리는 보고 싶으면 이렇게 만날 수나 있지." 




"자기 지금 한수정 생각하니?"

"......"










우리는 그녀의 오피스텔로 올라갔다. 그녀는 주방에서 부산하게 움직인다. 나는 그녀가 내놓는 와인과 과일 접시를 소파로 옮겼다. 그녀가 내 옆자리로 앉으며 내게 물었다.













"수정이가 아프다고 하던데, 혹시 소식 들었어?"

"그래요? 나한테 온 이메일에는 그런 말이 없던데?"




"걔 가을앓이를 하나봐."

"그건 또 뭔데?"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되면 꼭 한반씩 병치레 하는 사람이 있거든.

걔 작년 가을에도 아팠어."













수정이가 아프다는 말에 나는 할 말을 잊었다. 그 동안 나는 뭐가 그리 바빴는지, 한수정에게 이메일 한 통을 쓰지 못했다. 내 가슴이 먹먹해온다.










"걱정되니?"

"많이 아프대?"




"뭐. .. 지난 번에 나처럼 감기 몸살 정도가 아닐까?"

"제발 그 정도로 그쳐야 하는데. .."




"많이 아프면 우리 엄마한테 가 있으라고 했거든.

그런데 그 악바리가 아프다고 하면서도 자기는 작업을 계속 할 생각이래.

연말에 들어오겠다고 독기를 엄청 품은 모양이야."













최은희는 한수정이 공부하고 작업하는 것을 나에게 말해주었다. 한수정은 한번 일을 손에 잡으면,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파고든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녀는 여기저기에서 장학금도 제법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한수정은 절대 혼자 살게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단다. 













"누나 들어갈 때 거의 됐지? 언제쯤 들어갈 생각이야?"




"여기서 내가 할 일은 거의 끝났고, 서전무가 하는 일 때문에 열흘 정도 더 걸릴라나?

늦어도 이 달 말에는 들어가."




"그럼 여기로 다시 안나와?"

"우리 은행은 서울이 아니라 중국 여러 군데로 동시에 들어갈 것 같아."




"갑자기 왜 그런대?"

"지금까지 나와있는 데이터를 보면 서울보다 중국이 훨씬 유리하대." 
















그 때가 벌써 새벽 두 시가 넘었는데, 지혜에게서 카톡이 왔다.













"오빠 보고 자려고 올라왔더니 없네. 지금 어디서 외박질이야?"

"엄마가 부르셔서 엄마한테 왔다. 엄마 집에서 있다가 내일 늦게 들어감."
















지혜에게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난리가 날 것 같아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 













"자기는 이 야심한 시간에도 채팅질이니?"

"오늘은 외박을 해야 하니까."




"외박? 어디서 잘껀데?"

"여기서 누나랑 잘꺼야. 하하."




"어머. 이 남자 이상한 남자네. 누가 재워주기는 한대? 하하."













최은희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우리는 그녀의 침대로 갔다. 나는 속옷만 입고 그녀의 침대에 누웠고, 그녀는 잠옷을 입고 내 옆으로 눕는다. 나는 그녀를 꼬옥 안았다.










"하아. .. 너무 좋다."

"어? 뭐가?"




"이렇게 자기랑 같이 자려고 누워있는 것."













최은희가 고개를 들고 나를 올려다본다. 나도 얼굴을 내려서 내 입으로 그녀의 입을 덮는다. 우리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키스했다. 서로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우리는 완전히 밀착했다. 한참 후에 우리는 떨어졌다.







그녀는 회사 일에 대하여 내가 무엇을 구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우리도 중국에 매장을 열어볼까 하는데. ..."

"중국은 진짜 조심해야 해. 함부로 들어가서 시작하면 쫄딱 망해."




"왜 그러지?"

"중국 시장이 개방됐다고는 하지만, 엄청 보수적이거든. 부정 부패나 비리도 엄청 많고."




"비리? 한국보다 더 심각할까?"

"아마 훨씬 더 심각할거야. 뒷돈이 없이는 거래를 성사시킬 수가 없대잖아."




"그럼 어쩌지?"

"자기네도 우리가 하는 것처럼 해보면 어떨까?"




"어떻게?"




"예를 들면, .. 처음부터 마트를 덜렁 오픈하지 말고. .. 음. ..

우선은 지금 거기에 있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 몇가지 품목만 갖고 입점을 하는 거야.

이렇게 직접 실무를 익히는 것이 백날 동안 남의 말을 듣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거든요." 




"그럼 우리 같이 들어갈래?"

"나는 중국에 가서 살면서 일할 생각은 없어. 자기가 직접 가지는 않을거잖아?"










우리는 손을 꼬옥 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 하다가 키스하고, 또 이야기 하다가 서로의 몸을 어루만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나는 블랙홀같은 잠의 나락으로 깊이 빠져들어갔다. 저 멀리서 최은희가 말하는 소리가 까마득하게 들린다.










"아이. .. 뭐야아. .. 잠만 잘꺼야?"



















정신 없이 자다가 심한 갈증 때문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떴지만 사방은 어둡다. 내게 등을 보이고 누운 채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여자는 분명 최은희이다.




나는 조용히 침대에서 빠져나와서 주방에서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 들렀다가 다시 침대로 갔다. 그녀의 옆자리로 다시 누웠다. 최은희가 자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한다고 조심했는데도, 그녀는 잠결에서 뭔가를 느꼈는지, 내 쪽으로 돌아눕는다. 한 손을 내 목에 얹더니 가슴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오다가 침대 바닥으로 툭 떨어뜨린다. 그녀가 잠에서 깬 것 같다.




나는 내 팔을 그녀의 등에 감고 당겨서 꼬옥 안았다. 그녀는 얼굴을 내 어깨에 묻는다.













"누나, 깼어?"

"몇시야?"




"아직 일곱시 안됐네."




"그럼 진짜 우리 같이 잔거야?"

"그럼 내가 어디 갔다 오기라도 했어?"




"고마워. .. 자기는 더 안자도 돼?"

"지금은 잠보다 이게 더 .. 히히."




"뭐야아. 어제는 하자고 졸라고 그냥 자더만."

"미안.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그랬을거야."













우리는 마지막으로 입고 있던 옷들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우리의 벗은 몸이 서로 감고 엉킨다. 최은희는 여전히 서툴다. 또 나를 받아들이면서 힘들어하고, 아파한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기를 쓰고 덤빈다.










"그래도 할꺼야?"

"신경쓰지 마요. 나는 자주 안하니까 그런거잖아."




"천천히 할께."

"아니야. 아파도 이를 악물고라도 참을테니까, 세게 해."




"왜 그러는데?"

"하아. .. 이제는 나도 적응이 돼야 하니까 그러지."













최은희는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나에게 보이기 싫다면서, 엎드려서 엉덩이를 위로 들어올린다. 보통 이런 자세에서는 섹시하고 야하게 보여야 하지만, 최은희는 정말 애처로운 모습이다. 나는 그녀의 뒤에서 찔렀다. 그녀가 뱉어내는 소리는 쾌락에서 나오는 신음인지, 아니면 고통을 참지 못해 하는 하소연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사정할 때가 되자 그녀는 다시 바로 눕는다. 내가 마지막이라고 이야기하자, 그녀의 엉덩이가 계속 튀어 올라온다. 나도 사정했다.







끝나고 나자 최은희는 나에게 안기며 내게 물었다.













"신은 인간을 사랑한다는데, 나는 왜 버렸을까?"

"신이 왜 누나를 버려? 그게 무슨 소리야?"




"평범한 여자들처럼 일하고,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고 .. 

이런 것들이 왜 나한테는 주어지지 않았을까?"




"누나가 평범한 행복을 포기한거지."

"그럴까? 내가 젊음 때문에 객기를 부린건가?"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런 것들은 나중에 해도 되잖아?

지금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자꾸 나이를 먹으니까 .."

"누나는 나이를 먹어도 거꾸로 먹거든."




"피이. 그런게 어딨어?"

"여기 있지."













우리는 다시 키스했다.













우리는 씻고 밖에 나와서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에 그녀는 나를 자기 차에 태워서 학교 도서관 앞에 내려주었다. 그녀는 일 때문에 서전무에게 가야 한다면서 떠나갔다.










나는 도서관 안에 있는 윤기숙을 전화로 불러냈다. 내 앞에 나타난 윤기숙은 마치 아프기라도 한 것 처럼 초췌한 모습이다.













"오빠.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

"엄마 집에 가서 잤는데, 너무 일찍 깨우는 바람에. .."




"완전 새나라의 어린이 했구나. .. 하하."

"퀸이 불러서 오기는 왔는데,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이른 것 같아. 점심은 먹었니?"




"아점."

"어디서 할래? 도서관?"




"오빠 오피스텔로 가면 안돼?"

"왜?"




"요새 청소를 안해서 너무 지저분해. 청소할 마음도 안생겨."

"시험때라 그렇지. 그럼 나한테 가자."




"기다려. 들어가서 짐을 갖고 나올게."
















윤기숙은 다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서 짐을 갖고 나왔다. 우리는 정문 쪽으로 걸어나오면서 빈 택시를 찾았다. 그런데 우리는 정문 밖에 나와서야 택시를 발견하고, 탈 수 있었다.







나는 윤기숙과 함께 택시에서 내려서 내 오피스텔로 올라갔다. 현관에는 지혜의 신발이 눈에 띈다. 거실에 있는 책상 위에는 지혜가 공부하던 책 몇 권이 흩어져있다. 




윤기숙은 식탁에 앉아서 가방을 열고, 공부할 것들을 주섬주섬 꺼낸다. 나는 커피메이커에 커피를 얹었다. 그 때 침실 문이 열리고 말소리가 들렸다.










"오빠 왔어? 어라? 퀸언니도 왔네?"

"어머. 지혜가 왜 오빠 침실에서 나와?"




"오빠가 어제 외박했거든요. 나 혼자 공부하다가 저기 쓰러져서 잤어요."

"이 남자 완전 나쁜 남자네. 하하."




"맞쵸? 하하. 그런데 언니 공부해야 해요?"

"우리는 시험 아직 안끝났거든. 모레 끝나."




"그래요? 그럼 나는 내려갈게요."













지혜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나간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시작했다. 윤기숙은 자기가 노트에 정리한 것들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하나씩 설명한다. 그런데 베껴 쓰기만 해서인지 자주 막힌다. 내가 그녀의 설명을 들으면서 의심스럽게 생각되는 부분은 내가 질문을 하기도 했다. 윤기숙은 막히는 부분에 붉은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둔다.







그런데 지혜가 다시 들어왔다.













"언니. 죄송해요. 방해하지 않고, 저쪽 책상에서 조용히 공부할께요."




"지혜네 시험 끝났다고 안했나?"

"이제 수능이 1년 남았는데, 시험이 따로 있나요?"




"와아아. 서지혜 완전 짱이네. 하하."
















지혜는 나와는 말을 하지 않고, 윤기숙과만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공부하겠다고 책상에 가서 자리에 앉더니, 자꾸 우리를 쳐다본다. 나와 눈길이 마주치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서 외면한다.













그런데 저 쪽에 앉아있는 지혜가 나에게 카톡을 보내왔다.
















"오래 걸려?"

"어."




"둘이 공부만 할거지?"

"공부 안하면 뭐하는데?"




"영화보러 나갈건데, 불안해서 도저히 못나가겠다."

"우리 바쁘거든요."




"흥!"
















지혜가 나와 윤기숙을 감시하고 있다.




쪼끄만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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