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거래 - 2부 1장

야설

위험한 거래 - 2부 1장

avkim 0 1919 0




"다른 게 아니라 부탁드릴 게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부탁이요? 어떤 부탁을 하시려고...?"




"얼마 전에 2학기 기말고사 성적표가 왔는데 수학 성적이 많이 떨어졌더라구요.




다른 과목은 괜찮은데 유독 수학 성적만 낮아서…"




"아, 그랬군요. 그 점에 대해선 죄송하다는 말밖에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동건이는 전교 1등을 휩쓸 정도로 공부를 잘하다 보니까 강사들이 다른 학생보다 소홀히 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네요"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려고 전화드린 건 아니구요"




"그럼 다른 하실 말씀이라도...?"




"전화상으로 말하긴 좀 그렇고 내일이나 언제 직접 찾아뵈었으면 하는데…"




"잠시만요"










내일 일정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첩을 뒤적였다.




다행스럽게도(?) 내일은 하루 종일 시간이 비어 있었다.










"내일은 일정이 비어 있네요. 그럼 시간은 언제쯤으로 잡을까요?"




"오후 2시 정도에 시간이 될 것 같네요"




"아, 그러세요. 그럼 제가 찾아뵐까요? 아니면 어머님이…"




"제가 내일 집을 비울 수 없을 것 같은데 저희집으로 오시면…"




"아, 그러시군요. 그럼 내일 오후 2시까지 찾아뵙겠습니다"




"주소가 바뀌었는데 찾아오실 수 있으시겠어요?"




"아, 그래요? 그럼 주소 좀 불러주세요"




"OO동에 새로 입주한 OO아파트 아세요?"




"아, 거기요. 당연히 알지요. 그럼 호수가 어떻게 되세요?"




"205동 1205호에요. 지하 주차장 들어가는 길 왼편이 205동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오후 2시까지 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내일 뵐게요"










어떤 중대한 부탁을 하시려고 댁으로 부르시는 걸까?




인쇄소에서 인쇄 상태를 점검하면서도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그와 더불어서 오늘 낮에 있었던 수연이 엄마와의 정사 모습도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하루는 저물고 새로운 날이 밝았다.




어제 너무 무리를 해서인지 나는 아침 11시가 조금 넘어서야 겨우 잠에서 깼고,




학원으로 가기 위해 대충 샤워를 마치고 어떤 옷을 입을지 정하기 위해 옷장을 열어보았다.




동건이 엄마를 만나기로 한 날이기에 평소 잘 입지 않던 양복을 빼입고 나가기로 했다.










.




.










오랜만에 양복을 입은 탓인지 꽤 불편했다. 그러한들 어떠하리.




여자에게 잘 보일 수만 있다면 이 정도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니다.










.










어느덧 시간은 흘러 약속 시간을 1시간 앞둔 오후 1시가 됐다.




슬슬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동건이 엄마다.










"아, 예. 동건이 어머님. 지금 막 나가려던 참입니다"




"저기 죄송한데 오늘 약속은 취소하면 안 될까요?"




"아, 네. 혹시 댁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셨나요?"




"급히 매장에 나가봐야 할 일이 생겨서요"




"매장이요?"




"아, 사실 제가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든요.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아, 네~ 그럼 다음으로 미뤄야죠. 그럼 오늘 말고 언제 시간 되세요?"




"시간은 그대로 두고 날짜만 내일로 미뤘으면 하는데…"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사람이 살다 보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지요"










기껏 오랜만에 멋 좀 부려봤는데 허탕을 치고 말았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오늘이 있으면 내일도 있는 법. 나는 내일을 기약하며 밀린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 일에 몰두하고 있으니 벌써 해가 저물고 있었고 아이들이 학원에 들어서는 소리도 들렸다.




아쉬움은 잠깐이다. 오늘 이루려던 꿈이 내일로 미뤄지면 설레임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어제 꺼내둔 양복을 입고 어제처럼 멋을 내기 시작했다.




대충 아침을 해결하고 나가려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동건이 엄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을까?










"아, 네. 동건이 어머님"




"저기 점심식사는 어떻게 하실 건지 궁금해서 전화드렸어요"




"아, 네~ 학원에서 자장면이나 한 그릇 시켜 먹을 생각이에요"




"음. 제가 식사나 대접할 테니까 점심식사는 하지 마시고 오세요"




"그래도 될까요?"




"당연히 되죠. 음식은 뭐 좋아하세요?"




"저는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편하신 걸로 준비하시면 돼요"




"아, 그래요? 그럼 메뉴는 제가 정할 테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오세요. 그럼…"










갈수록 재미있어진다. 어제 약속이 오늘로 미뤄지더니 이제는 점심식사까지 대접하신다니…




남에게 빌 붙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지만 오늘 받을 대접은 감사히 받으면 될 것 같다.










.




.










학원에서 간단한 일을 처리하고나니 어느덧 시곗바늘은 1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얼른 학원을 빠져 나와 차를 몰고 OO아파트로 향했다. 차로 10여 분을 달리니 OO아파트에 도착했다.




한창 입주 중이라 그런지 카드를 넣지 않고도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딩 동 ~"




"누구세요?"




"동건이 다니는 학원 원장입니다"




"아, 네. 잠시만요"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문이 열리고 예쁘장하면서도 우아한 외모의 여성이 나를 맞는다.




동건이 엄마와 한 대화라고는 전화 통화가 전부였는데 드디어 동건이 엄마를 만나게 되는 순간이었다.










"들어오세요"




"네…"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니 동건이네는 다섯 식구인 듯 한데 예상과 달리 동건이가 막내인 것 같다. 집은 60평 남짓 되어 보이는데 다섯 식구가 살기에는 좀 큰 평수가 아닌가 싶다.










"동건이가 막내인가 보네요?"




"네. 첫째하고 다섯살 터울이에요"




"동건이 누나들은 모두 대학 다니겠네요?"




"네. 기숙사에 있어서 주말에만 집에 와요"




"아, 네~"




"배고프실 텐데 얼른 오세요"




"직접 만드신 거에요?"




"네. 입맛에 맞으시려나 모르겠네요"




"먼저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음식 안 가려요.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러면 다행이구요"










동건이 엄마는 나를 위해 삼계탕을 손수 만들어 대접하셨다.




사실 삼계탕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날도 더우니 맛있게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입에 맞으셨어요?"




"네. 식당을 하셔서 그런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가만. 레스토랑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이런 음식도 잘 하시나 보네요?"




"원래 한식집을 하려다 양식집을 한 거에요"




"아, 네~"










동건이 엄마는 주방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듯 싶더니 잠시 뒤, 과일과 포도주를 내오셨다.










"이건 저희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포도주에요"




"아, 그렇군요"




"한 잔 따라드릴게요"




"음~ 향이 좋네요. 맛도 괜찮고…"




"언제 레스토랑 오시면 서비스로 드릴게요"




"저야 감사하죠"




"아, 그런데 저에게 하실 부탁이 있으시다고…"




"깜빡했네요. 어려운 부탁일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일단 말씀해 보세요"




"동건이 말인데 개인 교습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개인 지도요?"




"학원비와는 별도로 돈은 더 드릴 테니까 부탁 좀 드릴게요"




"어떤 식의 개인 교습을 원하시는 건지…"




"학원에서 다른 학생들이랑 함께 받는 수업 외에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주시면…"




"개인 교습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다른 학부모들도 눈이 있으니까…"




"그러면 영재반이라도 구성해서 특별 지도라도 해 주시면…"




"그 부분은 강사들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원장님에게 맡기고 싶어서 이렇게 직접 오시라고 한 거였어요"




"아, 그렇군요. 그러면 매일 지도를 해 달라는 부탁이신가요?"




"그건 아니고 겨울방학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해 주시면 돼요"




"하지만 방학 기간에는 제가 학회도 참가해야 하고, 세미나도 참가해야 하고 해서 자주 자리를 비울 때가 많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동건이가 제 일정에 맞춰야 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어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학회보다 동건이를 우선으로 해서 지도해 주실 수는 없나요?"




"……"




"좀 힘드시겠지만 부탁드릴게요"




"……"




"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는데 안 되나요?"




"돈은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나요?"










"저... 저는..... 저와 잠자리를 함께 하신다면 승낙하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나는 그만 동건이 엄마에게 육체 관계를 요구하고 말았다.




나는 돈 보다 명예를 중요시하고 있는 터라 학회와 세미나는 꼬박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 순간에 그 철학은 무너지고 말았고, 이제 내가 내뱉은 말에 책임질 일만 남았다.




동건이 엄마는 살짝 충격을 받았는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이내 말문을 열었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으세요?"




"남자는 책임지지 못할 말은 애초에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네요"




"믿어도 될까요?"




"저를 믿지 않으셨다면 수학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학원을 바꾸셨겠지요"




"그럼… 전 원장님만 믿을게요"




"죄송합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 봅니다"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죄송해요. 저..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저는 겨울방학 기간 동안 매주 1회씩 기본 수업 이외에 별도로 동건이에게 특별 지도를 하러 여기에 올 것이고 어머님은 보너스를 주시는 대신에 저와 잠자리만 함께 하시면 되는 겁니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하나요?"




"어머님이 승낙을 하셨으니 저도 승낙을 한 것이죠"




"아, 네…"




"어머님도 조금 전에 하신 말 책임질 수 있으시죠?"




"…… 네. 동건이 엄마라는 이름을 걸고…"




"그러면 이것으로 계약은 성사된 겁니다"










일부러 튕기시는 건지 아니면 요구 조건을 설명하니 자신이 없어지신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계약은 성사됐다. 수연이 엄마와의 정사 이후 갑작스럽게 동건이 엄마에게 연락이 오면서 동건이 엄마와도 그런 우연이 생기기만을 마음속으로 바랬었는데 결국 올 것이 온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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