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테스 (1부)

야설

크로테스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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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불공평한 세상이다. 학교때 옳다고 믿었던 것들과 아름다운 가치관들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는 필요가 없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면서 쓰러지고 소수는 그 피를 마시면서 그들을 밟고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사랑이니 정의 자유는 책속에나 심야 라디오 방송의 대본정도에만 존재 할 뿐이고 우리가 숨쉬는 이 사회에는 사라진 거 같다.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 말을 들으면 아직도 존재하는 감상주의자들이 날 성토하겠지만 맘대로 하라고 그래라. 난 상관하지 않는다. 이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고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다. 내게 있어서 정의란 내가 불쾌하지 않아야 하는 거고 사랑이란 것은 날 떠 받들어 주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사탕발림이라고 난 생각한다. 난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돈이 있고 나를 따르는(비록 내가 가진 능력때문이지만) 사람들도 있고 꽤 넓은 거실이 있는 아파트가 있는데에다 뽑은지 얼마 안되는 따끈따끈한 자동차도 내 차고에 쳐박혀 있고 직업도 있다.

 

나는 청담동에서 꽤 괜찮은 입지조건을 끼고 있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물론 내 땅이다. 카페에는 이따금씩 나가는데 오래 앉아있는 적은 거의 없고 카운터에 들어있는 돈을 회수하러 가는것이 그 목적이다. 술에 취해서 주절대는 인간들도 밥맛이고 그들이 떠들어 대는 이야기는 한결같이 시덥잖은 소리들 뿐이다. 가끔은 아르바이트 애들에게 윙크를 하고는 손님을 가장하고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모카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아르바이트 하는 애들은 날 주인이라기 보다는 형님이나 오빠처럼 대한다. 난 쓸데없는 잔소리를 그들에게 하지 않는다. 동종업소보다 2배 가까운 시급을 제공하는데다가 이따금씩 기분이 내키면 용돈도 던져주고 가게일에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으니 그들이 날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 가게가 문을 닫는 시간은 뭐 일정하지 않지만 아르바이트 애들의 귀가를 위해서 12시를 넘기지 않는다. 아르바이트 애들도 우리 가게가 제공하는 조건에 매우 흡족해하고 정말로 별일이 있지 않는한 그만두려고 하지 않는다. 일년정도 된 우리 가게를 거쳐간 아르바이트 생은 10명정도인데 남자두녀석은 군대 간다고 해서 그만두었고 취업이 된 여자 애하나가 자발적으로 그만두었을 뿐이다.

 

그 열명중 내가 해고시킨 녀석은 딱 한명인데 쉬는 날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가게문을 열고 그 안에서 그 짓거리를 하다가 우연히 들른 나에게 걸린 경우였다. 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냐하면 그건 아니다. 다만 별로 흥미가 없을 뿐이고 주위에서 괜찮은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는 케이스도 적지 않지만 내가 다 거절했다.결혼을 하게 되면 지금의 자유스러운 이 생활을 더 누리지 못할 것이고 내가 밤마다 하는 부업도 그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게가 문을 닫으면(대게는 아르바이트 생들이 알아서 닫는다) 난 집으로 와서 컴퓨터를 열어서 인터넷에 접속한다. 내 이메일 계정에는 일주일에 두통정도 새로운 메일이 와있다. (물론 스팸메일은 아니다) 오늘 그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쥐새끼(마우스)를 갖다대고 머리를 두번 톡톡치자 메일이 활짝 열렸다. 첨보는 아디다. 새로운 도전자가 내 도박판으로 끼어든거 같은데 어떻게 내 아디를 알았는지 조금 궁금하다. 내용은 정말 간단했다.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를 통해서 내 이야기를 들었는데 자기도 도박에는 꽤 흥미가 있고 별로 진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흥 그래서? 이 녀석이 말하려고 하는 의도는 요컨데 자기도 나랑 하는 내기에 끼어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난 잠시 생각하다가 그녀석에게 수락한다는 내용과 함께 1천만원의 판돈을 준비한 후에 다시 연락하라는 내용의 답신을 보내주고는 두번째 메일을 열었다. 이 녀석 아디는 눈에 익다. 그렇군 이문동에 사는 그녀석 아직 돈을 갚지 못한 녀석이었다.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내용일거라 생각하고 다시 쥐새끼 머리를 두번 두드리니 메일이 열렸다. 역시... 녀석은 지난번의 내기로 내게 주어야 할 천만원에 대해 유예기간을 달라는 사정조의 내용이었다. 난 길게 생각할 것없이 즉시 답신을 보내주었다. 답신내용은 두자로 적었다. 싫어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 어둠이 내 침실을 휘어감고 있었다. 내일 전화를 할까 고민하다가 어둠속에서 내 핸드폰을 찾아서 번호를 눌렀다. 몇번의 신호음을 거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네...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나?" "어 자고 있었나?" "그럴까 생각중이었지...전화한 용건이야 알겠지만 상대가 누구인데?" "이문동 사는 그 놈 " 녀석의 키키대는 목소리가 잠시 내 귀를 거슬렸지만 난 계속 말을 했다. "내일 처리해" "돈을 못갚겠다고 그랬나 보지?" 난 더 이상 길게 말하기 싫어서 응하고 대꾸를 해주곤 전화를 끊었다.

 

너무 더워서 잠이 오지 않았다. 에어콘을 작동시키고 몇분인가 뒤척 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오랜만에 가게에 나가서 늘 하던대로 모카커피를 테이블에 모셔놓고 반쯤 읽고 있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손님들이 유난히 많다. 우리 가게는 낮에는 주로 무알콜을 저녁때부터 양주를 포함한 알콜을 내어 놓는다. 지금 불꽃쇼를 준비하는 바텐더 녀석은 나의 충실한 파트너이자 나의 추종자이다. 나 지금 바람났어 라고 얼굴에 쓰여진 아줌마들이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듣기에 민망한 음담패설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벌써 얼굴이 벌개진 직딩 녀석들이 술을 홀짝 마시면서 아줌마들에게 추파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테이블에는 어허 그러고 보니 꽤 눈이 익은 젊은 남자 셋이서 맥주에 빨대를 꼽은채 마시면서 아르바이트 하는 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신경을 끄고 다시 눈을 호밀밭의 파수꾼쪽으로 돌리는데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빨대를 맥주병에 꼽아 마시던 놈중 하나가 우리 가게에서 일하는 소연이와 다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책을 잠시 내려놓고 그 광경을 구경했다.

 

녀석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데이트 좀 하자구 응?" 소연이의 날카로운 소리도 들려왔다. "여기가 아가씨 나오는 술집인줄 아나요?" 그러자 옆에 있던 녀석이 이죽대면서 말했다. "씨팔 좆나게 까다롭네 이거 술맛이 나겠어" 그렇게 씨부리던 녀석이 갑자기 테이블에 놓인 맥주병을 바닥으로 집어 던병? 쨍강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맥주거품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고 겁에 잔뜩 질린 소연이가 오들오들 떨고 있는게 보였다.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바람난 아줌마들과 그 옆에 추파중이던 직딩 녀석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뜰려고 했다. 난 턱을 괴고 잠시 지켜보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다른 아르바이트 생인 명철이 녀석이 말리려고 나왔다가 세녀석에게 턱을 얻어맞고 쓰러지자 참지 못한 바텐더 녀석이 다가왔다. 세녀석이 바텐더를 발로 짓밟으면서 소리쳤다. "씨벌 너희들 다 죽었어 여기 주인 어디갔어?" 가게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난 속으로 지금 부서진 맥주병과 그릇들 그리고 다친 우리애들의 병원비를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했다. 겁에 질린 애들이 창가에 앉아있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한 녀석이 웃으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어어 당신이 주인이야?" 난 빙긋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 교육 똑바로 시켜야지? 굉장히 불쾌해 우린" "그렇다고 이렇게 소란을 부리면 안되지 응? " "이 새끼가 왜 반말이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알지 저번에도 와서 소란을 부린 애들이잖아 그때는 두명이었는데 오늘은 한명을 더 데리고 왔군 그래?" "이새끼가 그래도? 청담동에서 장사하려면 우리한테 세금내야 하는거 모르나?" "난 국세청에 매달 꼬박 세금내고 있지 그럼 너희들이 국세청 소속이냐?" 세녀석이 어이가 없다는 듯 서로쳐다보기 시작했다. "듣던대로 겁이 없는 놈이군 그래 저번에 왔을때 그렇게 알아듣게 경고했는데?" "국세청이 아니라면 그만 가봐...물론 여기 부서진 물건값이랑 애들 치료비를 놓고 말이지" 세녀석이 한꺼번에 크게 웃었다. "뭐 이자식 잘못먹었나? 안되겟다 더 정신을 차리게 손좀 봐줘야겟다" 세놈이 으쓱대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난 의자에 앉아서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이 녀석이 러시아워인가? 내 어깨를 잡으려던 녀석이 픽 쓰러졌다. 두 녀석이 소리가 난 쪽으로돌아보다가 동시에 쓰러졌다.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는 20대 중반의 남자가 손을 툭툭 털면서 내 쪽으로 다가와서는 말을 걸었다. "청담대로가 꽤 막히더라...많이 늦은건 아니겠지?"

 

난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남자가 다시 말했다. "어떻게 할까?" "잠시만 돈부터 받아내고" 난 다가가서 아직도 쓰러져 있는 녀석중 한명에게 말을 걸었다. "계산해 보니까 200만원 쯤 되겠어 애들 치료비 포함해서" "뭐야 이 새끼" 녀석이 화를 내면서 벌떡 일어서는 순간 옆에 있던 아름답게 생긴남자가 품속에서 단도를 꺼내서 녀석의 허벅지를 푸욱 하고 쑤셨다. 녀석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쓰려졌다. 내가 다시 말했다. "오늘은 꼭 주고 가야 될거야 안그러면 큰일나..." 녀석이 아픔을 참고 간신히말했다. "난...그만한 돈이 없다....우릴 보내줘...형님이 아시면 너희를 가만둘거 같니?" 그러자 옆에 있던 아름다운 남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있잖아...3년전에 영등포에서 있었던 삼거리 사건을 아니? 아마 알거야 너희들 세계에선 꽤 유명한 사건이지...그때 영등포에 자리잡던 두칠이파 녀석들이 모두 귀가 잘린 사건말이야...그때 나도 여섯명의 귀를 잘랐어...물론 모든걸 지휘한건 바로 이 분이지" 나를 가르키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세녀석이 놀란 눈을 하다가 그중 한녀석이 용감하게 다시 말을 꺼냈다. "너희는 어떤 조직이냐?" 아름다운 남자가 대답했다.

 

"이 분은 조직따윈 거느리지 않아..두칠이파가 그렇게 당한건 그 이 분이 영등포에서 조용히 길을 걷는데 두칠이파 녀석들이 시비를 걸어서 그렇게 된거 뿐이야? 알겟지? 너희들도 귀가 잘리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돈이나 놓고 꺼져" 세놈이 이백만원을 주고는 사라졌다. 난 애들에게 가게를 치우라고 말하고 아름다운 녀석과 자리에 앉았다. 이런저런 옛날 이야기를 하다가 녀석이 말을 했다. "가게는 어때?" "괜찮아..." "도박도 계속하고?" 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했던 그 녀석은 어떻게 돈을 갚았나? 이문동 사는 놈이었던거 같은데" "돈이 아직 입금 안獰?그래서 오늘 "희" 가 그리로 갈거야" "그렇군 "난 그만 들어가 볼께...술마시고 싶으면 마음껏 꺼내 마시라구" "그러지" 난 녀석을 두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더 이상 가게로 나가지 않을 생각이다. 아파트로 들어온 난 컴퓨터를 열고 이메일을 체크해 봤다. 새로운 메일이 한통 있었다. 어제 내게 도박을 제의해 온 녀석이었다. 쥐새끼 머리를 두번 두드리자 내용이 나왔다.

 

님의 조건에 저도 수락하겠습니다. 첨부파일에 그녀의 사진과 신상명세가 있습니다. 그녀는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이건 제가 보증합니다. 1주일 안에 그녀가 정말 님이 말한대로 응한다면 천만원을 드리겠습니다. 그녀가 그럴거라고 추호도 생각하지 않지만 제가 이긴다면 님도 천만원을 첨부파일에 있는 계좌로 천만원을 입금시켜주십시오 물론 님이 이기신다면 전 천만원을 잃어야 하지만 전 복수는 하는것이니 이것도 나쁘지 않겟죠 건투를 빕니다.메일은 그것 뿐이었고 난 첨부파일을 열었다. 30대초반의 갸름한 여자얼굴이 있는 스캔사진이 보였고 그 아래로 이름과 간단한 신상명세서가 적혀 있었다. 명문여대를 졸업하고 결혼 5년차 5살된 남자애기 하나...남편은 증권회사 대리 성격은 온화하나 고집이 매우셈 취미는.... 난 메일을 덮고 컴퓨터를 껐다. 침대에 누워서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호들갑스런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오우 이게 누굽니까? 웬일이십니까 전화를 다 주시고?" "영화는 잘 되어 가나요?"

 

"요즘 좀 불경기입니다. 날씨도 덥고...그런데 전화하신 이유는요?" 일분정도 그 녀석과 대화를 한 난 전화를 끊고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캘빈클라인 청바지와 구치 와이셔츠를 꺼내 입고 암스트롱 향수를 조금 바른 나는 아파트를 나갔다. 주차장에 오랫동안 대기중이었던 4륜구동 렉스턴을 끌고 건대 입구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후 3시 였다. 주소에 적힌 부근까지 차를 몰고간 난 근처 편의점 앞에 차를 주차시키고 안에서 말보루를 꺼내 물었다. 차문을 조금 열고 담배를 피다가 설핏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녀가 다시 보였다. 화려한 흰색 드레스를 입고 식장으로 들어가던 그녀가 멍청히 서 있는 날 보고는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들고있던 부케 꽃다발로 날 밀쳤고 그녀를 따라가던 난 그녀의 신랑 친구들에게 얻어맞은채 식장밖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눈을 뜨자 손에 들린 담배가 반이상 타들어가고 있었다. 남가일몽이라더니... 그렇게 긴 시간을 꾼거 같은데 담배 한가치도 못피울 시간이라니... 담배재를 창밖으로 툭툭 터는데 선글라스를 머리에 쓰고 작은 핸드백을 옆구리에 낀 사진과 비슷하게 생긴 여자가 사풀사풀 내 차앞으로 지나가는게 보였다. 저 여자겠지... 나는 시동을 걸고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끔 뒤를 따랐다.

 

그녀는 편의점을 지나치더니 근처에 있는 이마트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3층에 있는 이마트 주차장에 렉스턴을 박아두고 매장으로 들어가서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올 시간은 아닌데 여자는 두리번 거리면서 5층으로 올라갔다. 장난감 코너에서 물방울 모자를 쓴 코끼를 집어든 그녀는 잠시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 애기를 갖다줄려고 그랬던거 같다. 그녀가 코끼리를 집어들고 여성속옷코너로 가더니 자기가 입을 팬티와 브래지어를 몇개 사고는 매장을 나갔다. 그녀가 샀던 매장으로 가서 그녀가 사간 물건과 사이즈 상표를 확인한 뒤에 그녀를 뒤따랐다. 그녀는 이마트를 나와서 집으로 갔고 나도 그녀의 집을 확인한 후에 차를 돌려서 잠실쪽으로 갔다. 잠실 롯데월드를 지나서 호수가 옆에 있는 5층건물옆에 차를 주차시키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여직원이 다가왔고 내가 이름을 밝히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문을 열어주었다. 컴컴한 복도를 지나자 곧 밝아별?큰 공간이 나타났다. 그 안에는 한창 영화가 제작중이었다. 물론 영화관에 걸리는 영화도 비디오 가게에 진열되는 영화도 아니었지만...

 

조금전에 통화했던 최감독이 날 보고는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난 신경쓰지 말고 계속 하던일을 하라고 손짓을 했다. 공간 한 가운데는 불이 켜져 있었고 침대 같은게 하나 있고 그 위엔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한여자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걸터 앉아있었다. 생머리에 can이라고 적힌 푸른 반팔 티셔츠에 체크무늬의 헐렁한 스커트를 입고 있던 그 여자가 소리쳤다. "여기 어디에요? 당신들 누구에요?" 최감독이 빙긋빙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우린 예술하는 사람들이지...당신은 여자 주인공이고" "무슨 예술요?,, 그제서야 내가 모습을 앞으로 드러내자 여자가 날 알아보고는 얼어붙은듯 가만히 있었다. "안녕 오랜만이야...그동안 잘 지냈어?" "오빠? 오빠가 여길 어떻게?" 난 빙글 빙글 웃으면서 말했다. "응 내가 아는 사람들이야...참 그날 우리 좋았었지?"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내가 다시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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