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2부)

야설

흔적 (2부)

avkim 0 1152 0

돌아갈 곳이 없는 인생이란 외롭고 초라할뿐이다..비록 작은 "하숙방"이고 누구하나 반기는 사람 없었지만 재민에게는 그 공간이 참으로 소중했다..재민의 부모님이 두 분 다 고아였기에 마지막 재민의 피붙이인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재민은 너무도 암담했었 다.그러나 다행이도 부모님이 약간의 돈을 남겨주셨기에 재민은 자신 스스로가 생활할 수 있는 작은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부모가 없다는 슬픔을 이겨내고 이제 막 다시 살아가야한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했을 무렵 재민은 바로 그곳에서 홀로 결심했다..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열심히..그리고 밝게 살아가겠노라고... 재민이 사는 곳은 여느 주택가와 마찬가지였지만 그곳에 이르는길이 조금 어두운 편이 었고 단지 몇개의 가로등만이 간간히 밤길을 밝혀주고 있었다...집이 가까워 오자 재 민의 발걸음도 점점 종종걸음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재민아!" 집에 들어갈려는 차에 뒤에서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 연재..." 맞은편 대문앞에 연재가 서있다 재민을 발견하곤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

 

"연재야!....어쩐일이야 이저녁에 왜 여기있어??" "응 ...아까 미팅했던 파트너랑 헤어지고 불연듯 너 생각이 나서..후훗" "연락이라도 하지..그럼 일찍 달려왔잖아..." "야..야..처녀미팅에 내가 초칠일 있냐?...그래 어땠어?? 첫미팅이??" "그건 차차 이야기하고 얼른 들어가자..다리 아플텐데...그건뭐야??" "으응..너랑 술한잔 할려고 소주 한병 사왔어..." "왜 무슨일있어??" "일은 무슨일...다리아프다 얼른 들어가자.." 어두운 방에 오랜만에 혼자가 아닌 둘이 앉아있는밤...재민은 느닷없는 손님이었지만 연재의 방문이 참으로 반가왔다.. "혼자 사는방이라 마땅히 내놓을 안주도 없다..." "괜찮아..그런거 따질려면 밖에서 먹지 내가 미쳤다고 이 궁상을 떨겠냐...." "정말 무슨일이야?? 갑자기 안하던 짓을하고..." "자식아..꼭 무슨일이 있어야 하냐??..그냥 하루종일 기집애 수다 들어주다 지쳐서 너 랑 술한잔 하려고 들렀다..참 넌 어땠어??..그 여자애 괜찮아 보이던데..." "누구..영은이??...머..그럭저럭..." "자식 영은이라고 부르는거 보니 싫진 않았던 모양이구나..." "처음 본건데 뭐라 말할순 없고 그냥 심심하진 않았어..어찌나 말이 많던지....후훗" "잘해봐 임마..지영이 말들어보니까 꽤 괜찮은 아이같더라..." "그건그렇고 넌 어땠어??" "일단 술한잔 부터 딸아라....얘기는 한잔 마시고 하자..." "으응 그래..." 재민은 작은 종이컵에 술을 부어 연재에게 주고 자신의 잔도 채웠다.. "자...건배...." "그래.."

 

"캬아~~~~~~~~좋다" "그애 말이야 지영이..." "응.." "오늘 하루였지만 나 그애한테 반한거 같아.." "그래??"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어.." "무슨...??" "실은..아까 그애와 헤어질 무렵에 정식으로 말했어..사귀고 싶다고..." "정말??..." "응...그런데 지영이가 정색을 하며 안된다고 하는거야...그냥 친구는 가능한데 사귀 는건 안된다나..." "왜??...니가 사귀기에는 마음에 안든데??" 연재는 다시 한잔의 술을 입에 털어넣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건 아닌거 같은데..자신은 남자를 사귈 처지가 아니라나.. 자신과 사귀면 분명 후회할거라고 하더라니까..." "음...집이 엄격한거야??" "글쎄 그건 잘 모르겠고..아무튼 말못할 사연이 있는거 같아.." "혹시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는거 아니야??" "나도 그런가 해서 물어봤는데 아니래.." "음...그럼 이제 어쩔건데??" "일단은 연락처는 서로 주고받았으니까 생각해 봐야지..아예 연락도 못하게 하는건 아 니었으니까..." "그래 잘될거야...좋게 생각해..내가 보기에도 넌 멋있는 놈이니까.." "자식...고맙다..참 ..나 오늘 너랑 같이 여기서 자도되냐??" "물론 난 괜찮지만 ..누나한테는 전화했어??" "그럼 아까했지..." "그래 그럼 오늘 여기서 나랑 같이 자자" "짜식..고맙다...자 ...마시자.." 일년넘게 연재를 사귀지만 연재가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모습을 보는건 처음이었다 ..

 

재민은 아무쪼록 연재가 그 여자랑 잘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연재의 방문은 모처럼 재민의 방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두 친 구의 이야기는 밤깊을 무렵까지 끊일 줄 몰랐다... 어제 느닷없는 연재의 방문으로 여느 아침관 다르게 재민은 좀 늦은시간 연재와 학교 로 향했다..옆의 연재는 어제의 술기운이 다 해소가 되질 않았는지 연신 옆에서 하품 을 한다... "아~~~~그냥 강의 빼먹고 어디가서 잠이나 자고싶다..야..재민아..우리 오늘 하루 학 교에 가지말까??" "쉰소리 하지말고 저기가서 커피나 한잔씩 마시자.." "이그....내가 차라리 부처님이랑 이야길 하고말지..." "그래라...혹시 아냐 부처님이 고맙다고 중이 되라 하실지..." "쨔식...참..너 오늘 우리집 가는거지??" "가야지...." "오케이...재민아..일단 너먼저 강의실에 들어가라.." "왜..어디가려고?? " "응 찬물에 세수나 한번 더 하고 들어갈게.." "그래.." 멀어져가는 연재를 보며 재민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오늘따라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기만 했다... "띵동~~~~~~" "연재니~~~~~~~~??" "응.나야..." "찰칵"소리와 함께 문이열리며 연주의 모습이 보인다.. 연주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재민은 가슴이 "덜컥"내려앉음을 느낄수 있었다..아무 이 유없이 그 뒤로 재민의 가슴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누나.." "그래..재민이도 왔구나..얼른 들어와.." "네..." "어라?? 누나는 나보다 재민이가 더욱 반가운 모양인걸??" 순간 재민의 얼굴은 붉은 빛으로 물들고 가슴소리는 옆의 연재에게 들릴만큼이나 크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누나 놔두고 밖에서 외박하는 야박한 동생은 필요없는걸??" "아이~~~~~누나 봐주라...누나만큼이나 재민이도 외롭거든..히힛" "얼른 가서 씻고 나와..재민이도 씻고..." "네??.,..네..." 화장실로 들어선 재민은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조금전 연주가 재민앞에 모습을 드러냈을때의 느낌이란 말로 표현못할 아주 신기한 느낌이었다... 사막에서 목마름을 느끼는 이에게 오아시스가 보이는 현실보다도 더욱 더 기쁜..끊임 없이 갈구하던 무언가를 찾았을때의 느낌..허나 모든것이 지금 재민의 마음을 대변해 주기엔 부족했다. "이런게 사랑일까"..."이런..내가 지금 무슨생각을 하는거람.." 마치 생각하지 말아야할 생각이라도 한냥 재민은 찬물에 모든걸 씻어내려는 듯 소리내 어 얼굴을 참물에 담구었다....

 

"차린건 없지만 많이먹어...재민아..." "네...잘먹을게요..." 차린건 없다고 했지만 상위에는 갈비며...사라다며..마치 생일상처럼 갖가지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참으로 오랜만에 받아보는 푸짐한 상을 보며 재민은 선듯 음식을 입에 가져갈수가 없었다.. "재민이...입맛이 없니?? 왜 안먹고 있어??.." "아..아뇨..너무 맛있어 보여서..." "후훗...얼른먹어..안그러면 연재가 다먹는다..." "네...." "누난 ...내가 뭐 걸신들린 사람인줄 알아?? 이걸 다먹게??" "입에 넣은거 넘긴다음에 말씀하세요~~~~~도련님.." "암튼..넘 맛있어..역시 누나가 제일이야..." "천천히 먹어..체해..." 곁에 있는것 만으로도 따뜻함을 느낄수 있는 이들로 인해 재민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 도 충분히 배부를것만 같은 시간이었다.. 식사가 끝난후 상을 치우고 연주는 간단한 과일과 차를 내왔다.. "참 재민이는 부모님 없이 혼자산게 얼마나 되었니??" 느닷없는 질문에 재민은 눈에 보일만큼 놀란다...그녀가 말을 걸어올때면 여지없이 재 민의 모든 세포들은 극도로 긴장을 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예..고등학교 2학년때 어머님마저 돌아가시고..그뒤로..." "그래...연재는 그래도 나라도 있어서 괜찮지만 재민이는 외로울때가 많겠구나..." "......." "누나 그래도 재민이는 그런티 절대 내지않아..나도 처음 이녀석 혼자산다는 이야기 듣고 안믿었다니까..."

 

"그래..그럴수록 더욱 밝게 살아야해..그리고 언제라도 좋으니 혼자있기 외로우면 연 재랑 같이 자렴..." "네...고맙습니다.." "고맙긴...나도 일때문에 연재한테 많이 신경을 써주질 못해서 내심 미안했는데 재민 이같은 좋은친구가 옆에 있어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좋은친구는요 ...항상 재가 연재 신세만 지는걸요.." "임마 말은바로해라 내가 항상 너한테 신세지는거지!.." "하하하하...호호호?"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민은 참 많이 웃을 수 있었고 언제부터인가 재민 또한 마치 연주 네의 한 식구가 된냥 스스럼없이 어울릴수 있었다...재민에겐 아쉬울만큼 빠르게 깊어 가는 밤이었다.. 연주는 올해 스물 여덟이었다..그녀는 현두자동차에 근무하고 있었고 여자로써는 드물 게 그나이에 대리란 직책을 수행하고 있었다..그것은 모두가 연주의 남보다 두배이상 의 노력에 의한 결실이었다..차로 과일을 팔던 연주부모님이 늦은밤 교통사고로 모두 돌아가실때 연주나이는 열일곱이었고 연재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연주가 상고 에서 취업을 하기전까지 연주와 연재는 이모집과 작은아버지 집에서 떨어져 커야만했 고 그뒤로 실로 어럽게 어렵게 연주의 노력으로 지금은 작은 영세아파트의 전세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물론 동생 연재의 뒷바라지 또한 마다하지 않았다..그런 연주가 연재에게는 어머님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었고 간혹 엄마에게처럼 연주에게 어리광을 부리기도 했다..

 

이제는 머리가 커서 간혹 누나에게 시집을 가라는 연재의 말에 연주는 그저 놀라울 뿐 이고 다른 한편으론 언젠가 떨어져 살아야할 그 막연한 날이 점점 다가옴에 불안감마 저 들기도했다..실제로 똑 소리나는 연주의 일하는 모습과 참한 모습에 주위의 남자들 이 연주에게 다가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연재를 생각하며 모든걸 뿌리 쳐왔었다...그러나 같은회사 대리인 안영모란 사람이 있었고..그녀에게 벌써 몇년간 프로포즈를 해오는 중이었다..아직 연재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란 스스로의 다짐으로 그를 멀리하고 있긴했지만 너무도 저돌적인 공세에 약간씩 허물어져가는 자신을 느끼 기에 그것이 요즈음 연주의 하나의 고민거리였다... "오늘 정말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고맙습니다.." "차린것도 없었는데 고맙긴...조심해서 가..그리고 자주 놀러오고" "네..." "누나 나 재민이 바라다 주고 올게.." "그래.." "그럼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재민아 잘가..." 재민은 너무도 아쉬운 마음에 닫혀지는 문틈으로 그녀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오늘 정말 고마웠다..너무 잘 먹었고..." "자식 고맙긴...정..그러면 니가 내일 식당 밥 사라.." "그래..." "정말 안자고 갈래??" "응...가봐야지..남자는 잠은 한곳에서 자야한다더라.." "어떨때보면 넌 세상 다산놈같다니까..." "어~..저기 버스온다..나 그만갈게 안녕~~~" "그래..조심해서가..."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는듯 재민은 버스를 향해 뛰기시작했다.. 조금더 그곳에 있으면 정말 떠나고 싶지 않을까 하는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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