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6부)
귓가에 종알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결에 들린 그 소리의 주인공이리라..지금 재민의 손을 잡고 있는 이사람은...정신이 들자 재민은 제일 먼저 연주누나를 생각한다...그리고 두근거림으로 눈을 뜬다.... 너무 큰 바램이었을까??...자고있던 재민의 손을 잡은 사람은 다름 아닌 영은이었고 그 옆엔 연재가 있었다... "어제 연락하려고 했는데 밤 늦게 생각나서 이제서야 영은이한테 연락했다...미안하다 ..." "미안해야지...어떻게 재민이가 이런데 이제서야 연락을하니??" 영은은 싫지않은 투정을 괜한 연재에게 보낸다... "흠..이거 미안해서 이몸은 이만 사라져 주어야겠군.." "아니야..그냥있어...영은이가 괜히 그러는거야..." "됐네..이사람아 ..더있다간 무슨 소리 들을려고...그리고 얼른 털고 일어나라..의사 가 내일은 퇴원해도 될거래..물론 하루이틀 더 쉬어야겠지만...그럼 이따가 보자..." "여..연재야....." 연재는 재민의 부름에 가볍게 웃음 지으며 병실을 나갔다... "많이 아팠지??...미안해 좀 더 일찍 와봤어야 하는건데..." "이제 괜찮아..가벼운 몸살인걸 뭐...오히려 이렇게 대단한 병인양 병원에 누워있는것 이 챙피하다..."
"무슨소리야 열이 40도가 넘게 올랐었대..조금만 더 늦었었더라도 큰일 날뻔했데..." 영은은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놀라는지 목소리가 많이 떨렸다. 연재가 분명 영은에게 어느정도 과장지어 말했으리라.... 하지만 그것은 재민의 생각일뿐 재민은 조금 더 늦었어도 큰일날 뻔했던 상황이었던것 은 분명했다... "재민아 뭐 먹고싶은것 없어?? 말해 다 가지고 올게..." 재민은 그순간에도 영은의 말이 너무도 귀엽게만 느껴졌다.. 그럴수록 또다시 마음한편에선 복잡한 감정이 일어났다... "아냐..지금은 특별히 그런거 없어..만약 있으면 말할게..." "그래...꼭 그래야해..." "나때문인가봐 ...내가 괜히 바람쐬고 싶다고 한강을 가자고 해가지고...널 이렇게 아 프게 만든거 같아..." "아냐..무슨 그런말이 있어...그거때문이 아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것만 같은 영은의 표정을 보며 성급히 재민은 말했다... "정말이야 ...절대 그것때문은 아냐..."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 고마워....흑~~~~" 기어코 영은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당혹스러웠지만 여리디 여린 영은의 마음이 너무도 고마웠고 미안할 뿐이었다.... 처음엔 몰랐었는데 영은은 겉만 강하게 보이려고 할뿐 속은 누구보다도 여린 아이란걸 재민은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이 아이에게 아픔을 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움이 일었다....하지 만 재민조차도 지금 내부에서 이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그 저 미안함만 느낄 뿐이었다... 영은은 저녁무렵 연재가 돌아오고도 한참을 재민의 옆에 머무른후에야 아쉬워하며 돌 아갔다... "이야 열녀다 열녀..." 영은이 돌아간후 연재의 입에서 기어이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재민이 너 능력좋다..어떻게 그 짧은시간에 저렇게 마음을 사로잡았냐?? 비법 좀 전 수해다오~~~~~" "자꾸 그러지마....내가 뭘....." 언제 부터였을까..연재 앞에 영은의 말이 언급되면서 부터 재민은 이상하게 부담감을 느껴야만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영은이 정말 다시보게됐다...너무 착한거 같아...재민아 정말 잘 해줘라...놓치지말고.." "........" "참 나 내일 너 퇴원하면 이아여대에 가볼려고 그래.." "지영이 만날려고??" "만나긴 만나는 건데 미행을 한번 해볼려고..." "미행이라니??" "글쎄 이건 느낌인데 아무래도 지영이가 날 거부하는것이 분명 지영이의 주위생활과 연관되어 있는 느낌이들어...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미행은..왠지......혹시라도 들키면 기분나빠 할텐데.." "그렇겠지..하지만 이대로 지낼 순 없다고 생각해..나..니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요 즘 지영이한테 집착하고 있어...한시라도 편히 지내기 위해선 그방법이 제일일꺼 같아 ..." "그래..니말이 그렇다니 나로선 말리기가 힘들구나...내일이면 내가 같이 가줄까??" "됐네 이사람아..얼른 몸조리하고 일어서기나 하셔.." "그래..." "참..너 퇴원하면 누나가 우리집에서 몇일 있으래..." "응??...아냐...난 괜찮아....지금 퇴원해도 괜찮을것 같은걸.." "그건 니 생각이고..누난 아무래도 혼자 다시 하숙방에서 있는 니가 걱정되는가봐..그 러니 못이기는척하고 몇일 우리 누나가 해주는밥 얻어먹어.." "하지만...." "됐어..얘기 이걸로 끝난거다....." 또 누나의 신세를 진다는것이 불편했지만 재민은 그렇게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는 누나 로 인해 너무도 행복했다... "뭐...미안하면 이번 누나생일에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해주던지.." "누나 생일이야??.." "응...돌아오는 십오일이 우리누나 생일이야..4월15일..." "그렇구나." 재민은 그날을 몇번이고 입속으로 되풀이했다..절대로 잊지 않으려는듯이....
"찰칵" 병실문이 열리며 재민과 연재는 문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연주누나 였다... 재민은 연주누나를 보자 너무도 기쁜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재민이 많이 좋아진것 같네...얼굴이 한결 좋아보여..." "누나 왜 또 오셨어요...이젠 정말 괜찮은데..." "재민인 누나가 병실에 찾아 오는게 싫은 모양이구나??" "아..아뇨...그런뜻이 아니라...." "풋!...왜 그렇게 더듬어...누난 농담도 못하니??" 그녀의 말에 재민의 볼은 삽시간에 붉어졌다.... "일끝나고 오는길이야??" "응..오늘 하루종일 병실에서 심심했겠네..우리연재.." "피곤하긴..낮에 재민이 여자친구가 와서 밖에 나갔다가 들어온지 얼마 안됐어..." 그말에 또다시 재민의 마음은 어두워졌다...그리고 연주누나 앞에서 영은의 이야기를 하는 연재가 조금은 원망스럽기까지했다. "그래?? 여자친구가 다녀갔구나..." "말도마...재민이가 가라고 해도 정말 끊질기게 버티다 조금전에 갔다니까...." "여자친구니 재민이 보고 가슴이 편할리 없겠지...재민인 참 좋은 여자친구를 사귀었 구나..." "네?...네...." 왜 그런것일까...연주누나의 입에서 영은에 대한 말이 나올때마다 재민의 가슴은 마치 송곳으로 후벼파지는 아픔을 느껴야만했다...
"참 재민아..너 내일 퇴원해도 된다고 의사선생님이 그러더구나.." "네..연재에게 들었어요..." "퇴원하고 몇일간 연재랑 같이 지내도록해...." "누나 ..안그래도 벌써 재민이한테 이야기했어..." "그래??.....그래 재민아 꼭 그렇게 해." "네...고맙습니다...." 재민은 다시금 어제와 같은 누나와의 둘만의 시간을 가슴한켠으로 생각해 보며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너무 자신만 생각하는 마음인것 같아..더 있겠다는 누나와 연재를 결 국은 집으로 돌려보냈다... 모두가 돌아가고 홀로남은 병실에서 재민은 또다시 고민에 휩싸였다...누구에게 물어 봐도 분명 욕을 먹게될 고민이었지만..그럼에도 쉽게 답을 얻을만한 문제가 결코 아니 었다... 어두워지는 병실에서 재민의 마음은 두가지의 색다른 감정앞에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결론을 못내린채 어두워져만 가고있었다.. 연재는 한시간 전부터 이아여대 정문이 보이는곳에서 그곳을 주시하고 있었다...나름 대로 모자도 쓰고 지영이 알아보지 못하게 분장을 하고나왔다.. "이녀석은 탈없이 누워있을려나.." 오전에 재민을 퇴원시켜 집에 데려다주고 집을 나온 연재는 기다림속에 재민의 생각이 불현듯 났다... 그때 몇명의 여학생들이 정문을 나서는게 보였다...
"아~~~~"....지영이었다... 멀리서도 그모습을 쉽게 알아본 연재는 두근거림속에 조용히 지영의 뒤를 따랐다... 지영과 같은 전철에 오르며 지영에게 들킬까 연재의 가슴은 계속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과연 이것이 잘하는 짓일까??" 지영을 뒷따르며 몇번이나 마음속으로 자문을 해보았지만 지금 하고있는 행동을 멈출 수는 없었다... 드디어 한 지하철역에서 지영이 내린다...연재도 함께 따라내렸다..다행이 지영이 지 나치는 곳엔 사람들이 있어서 단둘이 길을 걷는 위험은 발생하지 않았다...그러나 어 느정도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연재는 주택가로 접어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연재의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지영은 걸어가면서 한번도 뒤를 바라보질 않았다... 그러다 어느집앞에서 지영은 드디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서둘러 지영이 들어가는 곳을 눈으로 얼핏 확인한 연재는 지영이 반지하집에 살고있음 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집까진 확인했지만 그다음은 막막했다... 애시당초 지영을 미행하기로 했을때 이런 상황이 아닌 분명 무언가 지영에게 특별한것 을 발견할거란 생각이 들었었다..그러나 막상 지영이 집으로 들어가자 도대체 어찌해 야 좋을지를 몰랐다.. 연재는 지영이 들어간집 대문에 서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집 문패에 눈길을 주었다 ...
집주인이 "권"씨인거같았다..그집 문패가 권씨로 돼있었다... 연재는 할 수 없이 기다리기로했다..어렵게 따라온 것이니만큼 이대로 물러날 수가 없 었다...연재는 지영의 대문이 보이는 조금 떨어진곳에 앉아 지영의 대문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재민은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집엔 아무도 없었고 지금 자신이 있는곳은 요즘 자신의 감정을 온통 빼앗아버린 한 여 인의 집이었기에...이제 그집은 단순한 친구의 집을 벗어나버린지 오래였다... 참다 못한 재민이 일어나 거실로 향한다...한동안 거실을 왔다갔다 하던 재민은 문뜩 텔레비젼 아래로 시선이 향하고 그곳에 놓아져있는 두권의 앨범에 시선이 모아졌다... 재민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앨범을 꺼내어 쇼파에 앉아 펼쳤다.. 한권의 앨범엔 연재와 누나의 어릴적 사진이..다른 한권에는 비교적 현재에 가까운 사 진들이 꽃혀져 있었다... 이렇다할 장식들로 꾸며진 앨범은 아니었지만 사진 하나하나에 작고 예쁜 글씨로 그날 을 기억하는 글이 한줄씩 쓰여져 있었다.. 그글을 읽어나가며 사진을 보다 재민의 시선이 문뜩 한곳에 멈췄다..사진아래에는 이 렇게 글이 씌여있었다... "연재와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던날..."
사진속 그녀는 지금보단 어려보이는것은 분명했지만 그것을 제외하곤 지금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이 모습을 보며 자신의 변한 세월을 가늠하겠지만 재민은 그반대로 그녀의 모 습에서 세월을 거꾸로 타고 올라가 그녀의 예전 모습을 보고있는 것이었다.. 사진은 방안에서 찍은것이었다..연재가 없는걸 보면 사진은 연재가 찍었으리라...지금 사는 집이 아닌걸 보면 예전 누나와 연재가 처음 독립해서 얻은 방인것 같았다..누나 의 얼굴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그런 누나의 얼굴을 보니 재민도 새삼 기분 이 좋아졌다...그녀 모습으로 가득찬 사진을 한장한장 넘겨가다 보니 어느새 사진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재민은 앨범을 덮으려다 다시금 아까의 그사진을 펼쳐서 그사진을 꺼냈다..그리곤 마 치 소중한 보물인냥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품안에 곱게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