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가지의 칵테일 맛 (1부 3장)
두 번째 제공되는 기내식이 끝나고 "랜딩"이 한 시간쯤 남은 시간.. 지영은 현규의 옆좌석에 앉아있던 여자가 일어서는것을 보았다. 그녀의 동태를 눈으로 쫓던 지영은 화장실로 들어서는 것에 걸음을 재 빠르게 옮겨 현규에게 다가갔다. "후훗?...너무 놀라지 말아요!" 지영은 눈을 빛내며 현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는 당황해 하며 고개를 돌리고 자신의 아내를 찾는듯했다. ..아내가 신경쓰였던 것이다... 현규가 화장실을 갔던 아내가 아직 나오지 않는것에 무거운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호홋?...그러..게요!" 이번엔 지영이가 화장실쪽을 바라보며 대답을 해줬다. 그때까지도 화장실의 사용중 램프의 불이 들어와 있었다. 5년 만의 재회를 한 두 남녀의 대화치곤 너무도 간결했다. 현규는 여전히 화장실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지영은 준비한 메모지를 꺼내어 상체를 숙이고 현규에게 전해주며 속삭였다. "제..숙소 전화번호에..요!" 지영이에게 메모지를 받아든 현규가 얼떨떨해 하고 있는사이 화장실 램프가 꺼졌다. 지영은 아무일 없는듯 유유히 현규의 좌석에서 벗어났다. 그리고..통로에서 현규의 아내와 마주치자 옆으로 살짝 비켜주며 웃어주었다... 스쳐지나가는 그녀의 몸에서...값비싼 향수의 내음이 났다.. 지영은 그녀의 몸 매무새를 재빠르게 살폈다. 날씬한 몸매였지만 말라있어 보였다. 지영은 그녀의 자태를 살피며 그녀의 메마른 몸뚱아리를 안고 뒹구는 현규의 모습을 그려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자신감"이었다... 적어도 자신을 버리고 다른여자를 선택했었다면 자신보다는 좀 나은 미모와 몸매가 아니었을까...하는 호기심이, 이젠 자신감을 가지게 해 주었던 것이다. 지영은 그녀의 알몸뚱아리는 얼떨까...하는 상상을 해 보며 계속 그들의 동태를 뒤에서서 바라보았다.. "..어지러..워..죽겠어!" 아내 혜숙은 자리에 앉으며 투덜거렸다. 그녀의 날카로운 심리를 나타내는 이마의 푸른 심줄이 또 불끈 움직였다. "그러..게...술은, 왜..마셔!..성한..몸도, 아니..면서!" 현규가 그녀에게 핀잔을 주었다.
두번의 기내식은 손도 대지 않고 "브랜디"을 석잔이나 마신 그녀가 못마땅 했던 것이다. "흥!..되게..위하는척..하~네!, 평소에..그렇게..좀 해!" 혜숙이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현규를 쏘아봤다. "목..소리, 좀..낮춰!" "웃기고 있~네!...고상한척은..혼자 다..하..구!" 현규의 말에 여전히, 혜숙은 말속에 칼을 들었다. "알았어..그,그..만 하자구!" "내가..말을 말아..야지..칫!" 현규가 아내인 혜숙을 제지하며 몸을 옆으로 돌려버렸다. 그 바람에 아내와 등진 꼴이 되어버렸다. 그런 현규의 행동에 혜숙은 더욱 못 마땅해 하며 그녀도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지영은 뒤에서서.. 그 둘의 행동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보기엔, 승객들의 "콜"을 기다리는 행동이었지만, 그녀는 현규의 좌석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지영이의 얼굴엔 분노의 빛을 억지로 감추고 있었다... ....... 현규는 모니터속의 도착지인 "호룰눌루"공항의 그림을 보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래,저래...마음이 복잡했다. 이번 여행은 아내인 혜숙의 명목상 꽤병인 "악성빈혈"치료때문이었다. 그녀가 주치의인 황 박사의 권유로 하와이의 병원을 소개 해 줬다며 자신에게 동행을 요구할때 거부했었다.
아내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얼마동안 만이라도 자유스러움을 만끽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현규에게 막무가내였다. 아버지가 동행을 하라고 했다며 일방적인 통고를 해 왔다. 그 말을 들었을때, 현규는 불끈하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성질을 죽여야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오너"였기에... 사실... 둘의 부부관계는 살 얼음을 걷고 있었다. 아내인 혜숙이가 자신의 병약함을 이유로 각 방을 쓰자고 통보한뒤,섹스를 거부한지 일년을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현규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가끔식, 다른 놈팽이의 배에 깔려 헐떡이고 있다는것을... 상대는 헬스클럽의 강사놈이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때, 현규는 두 년놈들을 쳐 죽이고 싶었지만 참았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기엔 너무도 아까웠던 것이다. 그 꿈은...장인의 뒤를 이어 "H"그룹의 총수가 되는 것이었다. "박혜숙!"... 그녀는 무남독녀의 오만함을 마음껏 휘두르고 사는 여자였다.
세상에 무서울것이 없는 그녀가 현규를 배우자로 선택한것은 손가락하나만 까닥하면 죽을 시늉을 해댔던 충성심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주위에는 재벌 2세들이나, 혜숙이의 신분을 아는 남자들이 득실거렸었다. 그녀와 결혼을 하면 장래는 보장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상류층끼리 사돈을 맺어가는 형태가 싫었던 것이다. 뚜쟁이들이 맺어주는 상류층의 아들과 결혼을 해서, 자신의 자유분망함을 멈추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원한 배우자는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하는 남자였다. 그래서 우연히 친구의 소개를 통해 만난 현규에게 유혹을 했었고,결혼까지 하는데는 삼개월이 걸리지 않았었다. 그리고..현규의 지칠줄 모르는 성욕이었다. 하룻밤에 몇번이고 그녀를 까무러치게했던 그의 정력에 그녀는 현규를 점찍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와서 그녀가 현규를 멀리하는것은 그녀의 끊임없는 남성편력이었다. 그녀는 현규와 달리 임신을 원치 않았다. 현규는 확실한 보증수표인 손자를 낳아서 장인의 신임을 받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부했다. 임신을 하면 제대로 섹스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