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크리스탈

야설

어쩐지 크리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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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크리스탈...-어쩐지 크리스탈…- 










‘그래, 아무것도 모르겠다 이 말이지?’ 










‘당신두 참, 무슨 건덕지가 있어야 말을 하죠?’ 










아내는 내 앞에서 뻔뻔 허게시리, 어제의 그 일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저 찢어진 팬티랑, 브래지어, 그리고 널려진 콘돔도 다 모르는 일이라고?’ 










‘아니, 이 집안에 당신 말고 아무도 없는데, 그 콘돔이야 당신이 쓴 거고, 찢어진 내의야, 당신이 벗기면서 찢어 발기지 않은 담에야 내가 무슨 수로….’ 










나는 기가 찼다. 바로 어제의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다니…그러나, 아내의 얼굴은 정색을 넘어서서 이제는 화까지 내려고 한다. 










‘내가 알려 줘? 어제 우리 친구들이랑 술집에 들렸다가 2차로 집에 온건 기억해?’ 










‘그럼요? 당신 고등학교 동창들을 몰라 볼까 봐서요? 어제 정확하게 11시 30분에 집에 쳐들어 와서, 2시 땡 하고 치자마자, 냉큼들 돌아갔잖아요?’ 










아내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문제의 2시 이후에 벌어진 아내와 놈들과의 광란의 떼씹은 기억에서 없었다. 나는 차근 차근 물어가야 했다. 










‘2시 이후에는?’ 










‘그야 당신이랑 섹스하고 잤죠 뭐, 뭐 별거 있어요?’ 










‘나랑 만?’ 










‘그럼 누가 있어요? 다들 돌아갔는데,… 당신 또? 그 놈의 삼섬이네 뭐네 하는 상상을 하다가 술김에 나랑 하면서도 그런 꿈이나 꾼 거 아니에요? 해도 적당히 해야지, 눈만 뜨면 허구 헌날 그 놈의 헛소리… 이제는 정말 신물 나게 지겨워요. 사람이 정도가 있어야지?’ 










나는 기억을 되짚어 보면 볼수록 확실하게 눈 앞에 떠오르는 그 영상들로 인해서 무척이나 혼란 스러웠다. 어째서 아내는 기억하질 못하는 것일까? 내 얼굴을 대하기 껄끄러워 무작정 도리질을 친다고 보기에는 깨름찍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콘돔은 4개씩이나 되었지만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침대 옆 탁자 밑에 넣어두는 내것이 틀림 없었고, 새로 사온 포장지를 까고 꺼내 쓴 것이 정확히 네개가 비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쓴 것 같기는 한데, 휴지통에 버리기 전에 살펴본 콘돔 안에 담겨진 정액은 제각기 량이나 색들이 조금씩 차이가 나고 있었다. 오래도록 참았다가 사정을 하면, 정액의 상태가 조금 색이 짙고, 물컹거리는 정도가 평소와 조금 차이가 나는 법인데, 네 개에 담겨진 량과 색깔, 농도에서는 미세하나마 차이가 지고 있었기에…. 










‘아이구, 헛소리 그만하고 출근 이나 해요. 아침부터 실없기는…..’ 










아내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회사로 향하면서도 나는 속으로 끓어 오르는 그 뜨거운 분노를 삭히질 못하고 있었다. 어제 밤, 아내는 술에 취해 널부러진 나를 뒤로 하고 친구 놈들과 어울려 정신없이 섹스를 벌였던 것인데, 그게 모두 꿈이었다고?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또렷해지는 영상은 나로 하여금 아내가 무얼 숨겨도 단단히 숨기고 있다고 밖에는 믿을 수 없게 했으며, 반드시 꼬리를 붙들어야 한다는 다짐을 수도 없이 하고 있었다. 










‘팀장님, 오늘 그 심각한 엔진 부분, 마무리 해야 스크래취 팀에게 넘길 일정이 잡히는 데요?’ 










사무실에 들어서자 마자, 권과장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야지. 다들 연구1실로 모여.’ 










나는 가방을 놓기 무섭게 작업 시스템들이 차려져 있는 1실로 향했다. 










‘어제는 뭔 일로 그렇게, 빨리 집에 가셨드랬어요?’ 










모두가 일벌레 처럼 죽 때리는 것에 이골이 난 내가, 모든 것을 마다하고, 집에 일찍 간 초유의 사태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어서…..’ 










‘와, 팀장님께도 귀가를 서두르게 하는 원인 제공을 할 수 있는 사건이 있다니, 이건 금시 초문 인데요?’ 










‘잔소리들 하지 말고, 어제까지의 프로세스 보고 좀 해봐.’ 










‘주인공 Tubiz의 인공지능 엔진에 대한 마지막 코딩 부분 이었는데요. 자꾸만 에러가 나오는 바람에 작업이 중단 되었습니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된 거야?’ 










‘주인공이 온라인 상에서 접속자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돌출되는 특이 단어 들에 대해서 판단 불가의 표시와 함께 엔진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멈추어 전반적인 온라인 게임이 멎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던 거지요. 시뮬레이션 팀에서 지금 난리가 아니에요.’ 










‘그 특이 단어들에 대한 학습은 어떻게 엔진에 반영되었지?’ 










‘원래 게임의 초기에 저희가 마련해 놓았던 주인공의 인공지능 엔진에는 25세 남녀 회사원을 기준으로 습득 가능한 기초단어, 대화활용 단어, 문장체득 구조, 선택 전공에 따른 전문용어, 존댓말, 시대 환경에 따른 시사 용어들을 구사할 수 있도록 코딩 되어 있습니다.’ 










‘혹시 사투리나 그런 거에서 문제된 거는 아닌가?’ 










‘엔진의 적용 기준에는 종교적 방언을 제외하고 사투리, 비속어, 은어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주인공의 학습 진행 능력과의 상관관계는?’ 










‘게임의 진행 속도에 맞추어 주인공의 인공지능이 게이머가 습득해 나가는 환경변수의 가감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체감 결과를 교육에 반영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게이머가 게임의 환경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 하에서는 언제나 기대치의 함수에서 벗어날 수는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 거야?’ 










‘지금 현재 지적되어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부분은 바로 가치관 이라는 단어와 도덕률이라는 영역 입니다.’ 










‘아니, 그게 어째서 시스템의 다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거지? 그 정도의 단어에 대한 적응력은, 게임 시작 전에, 우리가 이미 추론 엔진에 기교육된 단어로 배치 시켜 놓았을 텐데, 에러가 날 리가 없잖아?’ 










‘그게 그렇지가 않거던요.’ 










‘그렇지가 않다니?’ 










‘기존의 게임에서는 주인공이 인공지능을 사용해서 교육과 학습을 통한 추론엔진을 사용하는 것처럼 위장을 했지만 저희 게임은 다릅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 










‘게이머가 게임에서의 접속을 끊었다고 할지라도 안전지역으로 대피하여 있지 않을 때에는 다음 번에 접속했을 때, 자신이 선택한 주인공은 죽어있을 수도 있다는 새로운 개념 때문에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 입니다만, 즉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 숨쉬는 것처럼 보이고, 주변의 환경도 실제처럼 게임에 임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간에 제 스스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반해, 그 게이머에게 주어지는 환경적인 요소 가운데에 지식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자신의 기초 지식과 경험, 판단력을 이용해서 모럴이라는 변수에 맞닥뜨렸을 때는 전혀 이상한 쪽으로 반응을 한다는 것이 문제인 거죠.’ 










‘그게 프로그램 안에 변수로 작용하는 데에, 우리가 정해 놓은 가용함수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네, 팀장님 말씀과 같습니다. 계란을 적당히 달구어진 후라이팬에 지져서 알맞게 간을 해서 먹는다 라는 상황이 닥쳤을 때에 게이머가 그 상황을 아무런 불만 없이 받아들인다면 문제가 없이 다음 조건으로 엔진의 설정이 이동 되는데,…..’ 










‘이동 되는데?’ 










‘만일 여기서 게이머가 상황의 전개에 앞서서 자신의 주인공에게 계란을 먹는 것은 닭의 새끼를 먹는 행위이니까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주인공에게 지시해 버릴 경우, 바로 좇 되어 버린다는 거죠.’ 










‘좇 된다니?’ 










‘여기서 비토를 걸은 문제에 대해서 우리의 추론 엔진은 끝없는 질문을 시스템으로 하게 되고, 이것은 교육과 학습의 추진력에 막대한 하중을 걸어버려, 주인공의 다음 행동으로 옮아가기 위한 지시자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사태를 가져와, 결국 시스템이 다운되어 버리는 겁니다.’ 










‘아니, 프로그램의 라운칭 날짜가 코 앞에 닥쳐와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복구할 수 있다는 거지? 이건 엔진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손을 보아야 하잖아? 그렇다고, 도덕이니, 가치관이니 하는 판단은 이 게임에서는 불가요 라고 해버리면, 그게 무슨 무소불위의 인공지능 이냐며, 게이머들은 금새 입나발을 불어댈 테고…..’ 










‘그게 문제죠. 우리야, 이제까지 있어 왔던 짝퉁 인공지능이 아니라, 대화형, 학습형 인공지능이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봉착할 경우, 눈에 뻔히 보이는 시스템 다운을 감춘 채로 시스템을 라운칭 한다는 것은 기름을 안고 불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이 없지요.’ 










‘심시티나 롤러코스터 처럼 아예, 팍 단순화 시켜 버릴까?’ 










‘그건 말도 안되요. 그건 한계지능에 한정 추론엔진 이라서 게임 내부에서 사용 가능한 금액이라는 족쇄로 게이머들의 발목을 붙들고 있기에 문제가 없지만, 우리 게임은 달라요. 전혀 한계가 없다는 것 때문에 게이머들이 발매도 되기 전에 흥분하는 겁니다. 세상에 하고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처럼 게이머들은 자신이 선택한 인물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며서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미 전세계적으로 라운칭도 하기 전에 백만 카피 이상이 예약된 이유이기도 하구요.’ 










그건 그랬다. 이미 전세계의 지도와 인공위성 GPS정보를 이용해서 유사한 3D 백그라운드가 다른 팀들에 의해서 형성화 되어 있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주인공은 교통기관을 이용하면, 세계 어디든지 이동해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단지 다른 점은 그런 허상을 메우고 있는 사람들이 게이머라는 점만 틀릴 뿐,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의 추론 인공지능 엔진은 이제까지 가정은 무수히 있어 왔으되, 이렇게 게임으로 만들어 한정적인 가상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기존의 게임과 다르게, 현실감 넘치면서 게이머 스스로 주인공을 키워 나간다는 사실은 여론을 들끓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세간에서는 주인공의 일거수 일투족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하루 왠종일 식음을 전폐하고 들러 붙을 폐인들의 양산을 가져 올 거라면서 우리 회사의 그 게임에 대해서 반대 성토를 극렬하게 했음도 주지의 사실이었지만, 대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런 복병이 도사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 인간의 언어구조를 완벽하리만치 섭렵한 추론 엔진이라고 장담 했었던 주인공이 한낱 모럴이니, 가치관 이니 하는 문제에서 사고의 함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권과장,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떨까?’ 










‘어떤 경우요?’ 










‘만일 주인공이 한국 사람이라고 할 때에, 결혼한 사람이 자유로운 외도를 했다고 치면 어떻게 되지?’ 










‘나라를 어떻게 선택했느냐, 어떤 캐릭터로 성장시켰는가에 따라 다르게 양상이 나오죠. 주인공이 창녀라면 그것이 직업이기 때문에 별 무리는 없겠지만, 주인공이 평범한 남편이자, 가정 주부라면 그 행위를 앞두고 벌어지는 심리적인 갈등으로 인해 반드시 엔진에게 앞으로 일어날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요청할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 에는 일부일처제라는 명시가 일차적으로 되어있고, 결혼 생활에 있어서 서로간의 순결과 정직한 생활이 기본 패턴으로 엔진에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고민하게 되어 있죠. 아마도 아닌 게 아니라 시스템이 곧바로 판단이 불가하다며, 뻗어버릴 겝니다.’ 










‘그렇게 되면 시스템이 갖고 있다는 자유방임적인 추론 엔진은 말짱 도루묵 이었다는 결론 이겠네?’ 










‘그렇죠. 그래서 이런 도덕적인 문제와 가치관의 판단을 획일적으로 엔진에 집어넣질 말자고 시작 했는데, 그게 오히려 지금에 와서 걸림돌이 될 쭐은 저희도 예상하질 못했습니다.’ 










정말 괴로운 순간 이었다. 개발 기간만 8년이 걸렸고, 주인공의 인공지능 엔진의 마무리에만도 6년 이상이 걸린 장대한 프로젝트 였는데, 라운칭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가상적인 시뮬레이션을 하다 튀어나온 문제는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두가 아이디어를 내놓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달리 뾰족한 수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권과장, 이건 어떨까? 조금 불완전 한 해결 방안이긴 하지만 말이야, 도덕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마다, 시스템 엔진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서 추가적인 질문을 통해 그 질문에 따른 답을 게이머 스스로가 정형화 시켜가는 것은 어떨까? 이를테면 삼섬을 할 것 같다 라는 상황이 닥쳤다고 했을 때 이런 플로우를 예상해 보는 거야, 어때?’ 










나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도형화 해서 그려내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한 부부를 만났는데, 그 부인쪽이 주인공에게 호감이 가는 단어를 던지고, 게이머는 주인공의 반응을 지켜보게 되지. 만일 그 여자의 접근과 대화가 자신에게로 향한 섹스의 욕구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게이머에게 그 느낌에 대한 질문을 일단 주인공을 통해 상대편에게 날리게 하는 거지. 상대는 이미 의도적인 접근 이었던지, 아니면, 비의도적 이었건 간에 상대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이른바, 목적 하에 날리고 있으니, 상대는 이미 목적이라는 한계함수를 이용해서 엔진의 부담을 주고 있을 거야. 그냥 상황을 주인공과 상대가 만나서 아무런 제약 없이 이루어 가는 것보다 게이머가 그 중간에 개입되어서 엔진에 주는 부담을 내부적인 질문, 즉, 게이머와 주인공 사이의 속삭임처럼 처리하면서 진행을 시키는 거지. 그래서 실제로는 게이머의 가치관이 반영되어 주인공의 캐릭터가 움직이게 되니까 우리의 추론 엔진에서 발생될 수 있는 오해와 편견, 문답의 역소용돌이 같은 것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질 않을까?’ 










‘그거 말 되네요. 게이머의 가치관에서 파생된 행동 지침이 주인공의 캐릭터에 영향을 미쳐 복합적인 상황 가치관의 데이터 베이스 형성을 유도해 낸다, 이런 말씀 이지요? 그런데, 그런 프로세스를 좋아하질 않는다면 어떻게 하죠? 난 주인공이 들고 까부는 대로 놔둘 참이다. 이런 게이머도 있잖아요?’ 










‘그건 걱정 없어. 우리가 예전에 만들어 놓은 거 있잖아? 주인공을 게이머가 6시간이상 방치 했을 때에는 반드시 불행한 결말로 몰고 가 버리는 우리 시스템의 비밀 말이야. 그걸 4시간 정도로 더 줄여 버리고, 만일 대화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아무런 게이머의 개입이나 위에서 말한 속삭임에 대꾸하질 않으면 바로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아버리는 거야. 그렇게 하면 게이머는 자신이 키워놓은 캐릭터가 행여 무모한 죽음의 구렁텅이에 빠질세라, 눈에 불을 켜고 상황에 반응하질 않겠어?’ 










권과장은 그렇게 시간을 줄여 놓으면 정부에서 고시한 기준을 초과해서 비난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는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것 밖에는 해결책이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그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자고 연구원들을 부추 켰다. 사실 인간이 아닌 다음에야 이렇게 막강한 추론 엔진을 디자인 했다손 치더라도 자발적인 가치관을 생성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사전 의견 조율이 있기는 했다. 이 시점에 와서 게이머들의 가치관과 도덕률을 게임에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은 나름대로의 설득력이 있었고, 시스템의 부하를 줄이는 명쾌한 답이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만일 그것이 우리가 의도하는 바대로 실수 없이 전개 된다면 상황, 상황마다 만들어진 개개의 판단근거는 또 다른 데이터 베이스로 형태화 하여 기억에 저장되어지고, 그와 유사한 경우가 마주치게 되면 자연스럽게 추론 엔진은 예전의 기억에 근거한 데이터 베이스에서 경험을 유출시켜 행동양식에 반영하는 자연스런 결과를 낳을 것이기에 걱정은 없었다. 모두가 찝찝하기는 하지만 스크래치 팀에게 소스를 넘기기까지 엄청난 분량의 코딩을 해야 했지만 큰 짐을 덜었다는 의미에서 6시간에 걸친 장대한 회의는 서로에게 무지막지한 숙제들을 떠 안기며, 박수소리를 끝으로 마무리를 했다. 










‘팀장님, 역시 대단하세요. 우리 주인공의 엔진 디자인에서부터 전체 코드를 모두 이해하시는 유일한 인물이란 점에서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어떻게 그런 위기 순간에 아이디어를 줄줄이 뽑아내시는지, 참….’ 










‘다 그게 삶의 경륜에서 나온 다는 거 아냐?’ 










‘글쎄, 그런 가 봐요. 저도 인생을 좀 더 살아야 팀장님 처럼 매끄러운 해결책을 내놓지 싶어요. 에그그, 코딩할 게 태산이네, 이럴 때는 숙제가 없으신 팀장님이 젤루 부럽다니깐요?’ 










‘부럽기는 지금부터 건드려야 될 부분에 대한 리스트만 뽑아도 4,5일은 족히 까먹을 텐데, 나도 숙제로 고생하기는 마찬가지라구.’ 










나는 그래도 다른 연구원들의 코딩 작업보다는 수월 했지만 앓는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운을 띄워 놓아야 그나마 독방을 쓰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 밥그릇 역할은 다하고 있구나 라는 인식을 줄 수 있었기에…회의로 시간을 다 보내고 나도 자연어 명령어를 이용해서 코딩이 가능한 부분에 대한 리스트 추출을 명령해 놓으니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추출된 리스트는 코딩의 역할 분담이 되어져 있는 연구원에게 자동으로 전송되어지고, 연구원은 그 리스트와 대조해서 자신의 코딩부분을 책임지면 그뿐이었다. 어차피 스크래치 팀을 거쳐 디버깅을 끝낸 후, 최종적인 엔진을 컴파일 하기 까지는 약 20일간의 여유는 있었다. 나는 저녁 땅거미가 어둑어둑 해지는 것과 맞추어 자리를 떴다. 그래야 나의 뒤를 이어 줄줄이 집으로 갈 수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었기에….. 










‘이제 오십니까?’ 










주차장 입구에 있던 경비원 최씨가 보안 시스템을 작동시키면서 인사를 했다. 저녁 시간이 되면, 주간과 다르게 적외선 장치며, 잡다한 추가 보안 시스템을 일일이 작동시켜 차량의 도난 파손에 대비하기 위함 이었다. 










‘아, 네… 수고 많으십니다.’ 










‘오늘 무슨 잔치가 있으신가 보죠?’ 










‘네? 잔치 라뇨?’ 










‘낮부터 손님들이 끊이질 않고 오시던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나는 내가 모르는 무슨 잔치가 있을 수 있겠냐는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낮부터 들이닥친 손님?, 잔치?’ 










나는 등골이 쭈삣했다. 그럼 집사람이 오늘 낮부터 남정네들을 끌어들여 설랑은?……머릿속이 다시 뒤죽박죽 이었다. 나는 현관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려고 손가락을 가져가다 열려진 현관을 보고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누군가 들락거린 것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조금 열어 놓은 것이 분명했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섰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소리는 주방쪽에서 들리고 있었고, 한 두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나, 불쌍한 여자야, 너희들 같이 젊은 애들이… 쑤셔주질 않으면 언제나 이렇게 즐거워 보겠니?…윽윽……’ 










‘아니 바깥 양반은 어쩌고? 이렇게 쌕을 쓰시남?’ 










‘맨날 회사 일에 파묻혀서 내가 남편이랑 결혼한 건지, 회사랑 결혼한 건지 모를 지경 이라니깐? 그러니 이렇게 보지에 군내가 나지, 안 그래?’ 










‘하이고 제수씨도, 보지에 군내는 커녕, 맛만 좋습디다. 얘들아, 안 그러냐? 이 싱싱한 보지를 두고, 누가 유부녀 씹보지 라고 할 수 있겄냐?’ 










어디선가 많이 귀에 익은 목소리 였다. 










‘선배, 식탁은 밥만 먹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지 벌려 놓고 쑤시고 있으니 식탁도 이렇게 보지 까 잡술 때에도 쓰이는 거,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요.’ 










‘내 뭐래디? 내 친구 녀석은 이런 줄, 꿈에도 모를 끼다. 허구 헌날 회사에서 날밤을 까는 짬짬이 요렇게 들어와서 지 마누라 벌창나게 박아대고 가는 줄은 상상도 못했을 꺼다.’ 










‘선배,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잡아뗀다고 모를까? 어제는 동창들끼리 몰려와서 집주인, 술로 떡 만들고 덮쳤다메요? 하여간….’ 










‘너 그거 모르지? 아까 옷 벗기고 보지 빨던 그 거실에 상을 펴고, 모두 둘러 앉아서는, 돌아가면서 지 마누라 옆에 앉아, 술 먹는 내내, 상 밑으로 보지랑, 바닥 카펫이 다 젖을 정도로 손가락으로 쑤시고, 돌리고, 휘비고 그랬는데도 그 자식 모르고 술만 쳐먹드라니깐.’ 










‘아니, 어떻게요?’ 










‘그 뿐인 줄 아냐? 화장실 간다면서 간 사이에, 한 놈씩 몰래 따라 들어가서 오줌 누려고 앉아 있는 입 속에다 줄기차게 좇대가리 박고 왔는데도, 해롱해롱… 가관이었다, 어제 밤에….’ 










‘그래도 섹스는 딴 곳에서 하지….양심상…..’ 










‘야, 씨발, 남의 마누라 거덜 내는 판에 양심이 어딨냐? 게다가 한 놈이 난짝 들어다가 서서 보지에 좇나 박아대는데, 또 한 놈이 남자에게 깨구락지 처럼 매달린 이 년의 후장에 들러 붙어서는 앞뒤로 박아댔거든?…..’ 










‘그런데요?’ 










‘그게 문제가 아냐. 앞뒤로 열나 박아대니, 공중에 그네 처럼 덜렁이는 이 년의 씹보지 물하며, 후장에서 지리는 똥 찌끄래기 물까지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데, 고걸 술에 떡이 되서 바닥에 누워 있는 그 놈의 헤벌레 벌린 아가리에 정조준 해서 멋지게 공중 낙하도 시켰다니깐.’ 










‘와, 선배도 알아 줘야 한다니깐…..’ 










아내의 대꾸는 없었다. 아마도 입이며, 보지며, 후장이며, 모든 안팎으로 통하는 몸의 구멍이란 구멍은 둘러선 놈들의 좇대로 끼워져 있기에 말조차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오늘 낮에 전화 때리니깐, 글쎄 우리들 말고 다른 팀이 먼저 와서 온통 보지를 쑤시고 있는 판이라 전화도 제대로 못 받드라니깐? 동네 반상회에서 만난 남자들 이라든가 뭐라나, 암튼, 이런 맛나고 완죤히 까발려진 개보지, 다신 못 볼거다. 원 없이 쑤셔라. 집에 가서 후회 하덜 말고서리…….’ 










그 때, 주방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모퉁이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나의 어깨를, 집안으로 살금살금 들어서면서 누가 건드렸다. 










‘아니, 이렇게 줄 서서 기둘려야 됩니까? 이거야 원, 보지 먹기 힘들어서야, 오입도 줄을 서야 가능하니….쩝’ 










나는 그냥 들어가라는 시늉을 턱으로 날렸다. 그러자, 그럼 자기 먼저 실례 한다며, 바지를 끄르며, 그 남자마저 주방 쪽으로 사라지고…..서로가 모르는 얼굴이라도 상관 없는 듯 했다. 아내가 아는 체를 하면, 그 때부터 둘러선 남자들은 오입동기가 되었고, 스스럼 없이 아내를 돌려 먹는 데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을 테니까. 










‘와, 나 이런 보지, 정말 처음 보네. 뻗는 법도 없어요. 이거야, 남자들이 정력이 딸려서 들이 댈 수가 있나? 그러니 이렇게 줄을 서지. 콘돔들 했지? 행여 이놈 저놈, 아니, 형씨를 두고 한 말은 아니라우! 담근 보지, 병이라도 걸리면 인생 좇 된다. 보지도 귀한 보지 쳐먹을 때나 장갑 벗고 담가보지, 이런 개벌창 보지야. 쑤셔 박는 맛 이외에는 내가 조심할 일만 남은 거, 느그들도 잘 알렸따?’ 










그들에게 아내의 구멍은 그저 공중변소의 변기처럼 배설물을 받아내는, 노동을 중시하는 기구에 불과한 것처럼 취급들 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야, 이 개 좇 같은 년아!’ 










나는 가방을 내 동댕이 치면서 주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몇 놈은 이미 축 늘어진 좇대가리를 다시 세우기 위해 식탁 의자에 앉아 있었고, 내 동창 놈이 아내의 몸 위에 올라탄 채, 줄기차게 좇을 박아대고, 아내는 그 놈의 등에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식탁에 가랭이를 벌린 채로 누워서 양쪽으로 성난 좇대를 두 손으로 붙들고 번갈아 가면서 빨고 있는 것이 분명 했다. 나는 동창 새끼를 몸으로 밀쳐서 식탁 밑으로 굴러 떨어뜨리고, 아내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그 위에서 타고 누르면서 아내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내 몸 안에는 그 동안 나를 속여 왔다는 분노와 배신감, 그 와중에서도 철저히 섹스를 탐미하는 아내의 이중성으로 인해서 겉잡을 수 없는 울분이 끓어 올라,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이 내 팔을 풀게 하려고 달겨 들었지만 좀처럼 팔은 풀리질 않고, 내 눈은 점차 광기로 덮혀 이른바, 맛이 가고 있었다. 










‘죽어, 이년, 그렇게 섹스가 좋으면 어디 지옥 가서도 쑤실 수 있나, 어디 죽어 봐, 이 씨발년….죽어…. 죽어…죽어…….’ 










그런데, 누군가 내 뒤통수의 머리카락을 지그시 땡기는 것이 느껴졌다. 










‘씌이..이..우..웅’ 










‘아무래도 안되겠어. 이번 시뮬레이션도 실패야. 김 박사, 안 그래?’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막무가내로 사이보그(인조인간)의 동력을 빼버리면 어떻게 해? 새로 만든 그 72-MP8모델도 마찬가지라며? 이래서야 현장 배치가 어렵잖겠어? 이럴 때면, 왜 이런 직업을 택했는지 정말 후회 된다니깐! 사이보그에 손 댄지 벌써 20년이 되어 가지만 인간의 사고 체계에 도달한 다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 그 회로 부위에서 빼낸 건 뭐야?’ 










‘이거? 모럴 체계의 미성숙을 보조하려고 내가 새로이 뇌간 집적구조 회로 사이에 껴 놓은 건데, 이것 좀 봐. 탔네 탔어……내가 동력을 뺀 게 아니고, 지가 지 스스로 타 버렸다니깐. 참 하느님은 대단도 하시지. 어떻게 그 수많은 상황 속에서 가치관과 도덕률의 잣대 속에서 인간이란 동물은 그리도 신통방통 하게 반응하고 움직이느냔 말이지. 이게 다 탈 정도면 거의 사이보그 회로 속은 판단이 불가능해 진다는 얘기와 같거든!’ 










‘아니 현장 배치 목적이라고 정부에서 밀어대기만 하면 뭐든 되는 줄 아는 가봐. 이런 간단한 시뮬레이션 에서 조차 범죄유발 코드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인공지능 수준 이면서 어떻게 인간의 일손을 대체할 수 있다고 떠들어 대는 건지…..멀었어! 정말 멀었어……그렇다고 무조건 그 무한한 발생 상황을 모조리 메모리 시킬 수는 없잖아? 정답도 없는 거고….자네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할 텐가?’ 










‘글쎄, 이성적으로 대처 해야 되겠지. 어차피 일은 벌어진 거고, 아내라는 인물은 섹스에 탐닉하다가 광적인 음란증에 빠진 것으로 보이니, 합리적인 순서에 입각해서 이혼을 생각해야지, 저렇게 살인이라든가 폭력적 해결 방법으로 이끌고 가는 것은 도덕률이라든가 삶의 가치 판단 기준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고 보여지질 않나 말이야. 인공지능은 그래서 한계가 있어. 아무리 학습을 시키고, 그것으로 파생되는 데이터 베이스로 기억이라는 것을 형상화 시켜서 다음에 일어날 상황에 밑거름으로 활용 하자고는 하는데, 그게 그리 말처럼 쉽지는 않아. 어떻게 할 텐가? 이 시뮬레이션이랑, 타버린 부품을 예를 들어 대정부 보고서 작성은 내일로 미루는 것이..’ 










‘그러지, 뭐. 그리고 그 이 부품은 어디 중요한 곳에 보관 해야지 싶은데….그게 뭐라고 했었지?’ 










‘응, 삼송 글로발 파운데이션에서 개발한 크리스탈 이라는 거대 메모리 칩이야. 이게 최신 제품이라고 아직 시장에서도 안 나온 것인데, 이게 부족하다면 신제품이 나오기까지 대체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나?’ 










동력이 멎어버린 시뮬레이션 돔 안에는 각종 상황과 무대, 그리고, 실험에 쓰이는 사이보그들이 진짜 인간과 똑 같은 모습을 하고서 둘러 있었지만, 자체적인 판단 미숙과 기술 부족으로, 비싼 부품만 날려먹고 실험은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나는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동료들과 헤어져 집으로 행하고 있었고, 길거리와 도시 곳곳을 메우고 있는 단순 사이보그의 기계적 행동들을 바라보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저들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하는 후회와 좌절감이 밀려들어, 무거워진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이었다. 며칠 동안 정부의 독촉으로 이루어 졌던, 사이보그 시뮬레이션으로 오랜 만의 귀가를 맞이하고 있었고, 나의 마음은 조금 들뜨기 까지 하고 있었다. 현관에서 패스워드를 말하려던 참에, 나는 삐꿈히 열려 있는 현관문에 머리가 쭈뼛 솟으며, 순간, 당황하기 시작했다. 손잡이를 쥐는 나의 마음 속에는 한 단어 만이 떠오르고, 










‘어쩐지, 크리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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