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그리고.아내의.실수 - 1부 4장
"띠리리리리링.......띠리리리링"
어느때와 어김없이 아침을 울리는 벨이 울린다.
생각해보니 내가 어떻게 잠든지도 모른겠다. 이불도 꼭 덮혀있고.............순간 자기 전의 일이 떠오르면서 옆에 아내를 확인했다.
"없다"
없다...아내가 없어졌다. 갑자기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살며시 방문을 열어 제꼈다.
"일어났어? 얼른 밥먹어"
아내는 벌써 씻고 아침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였다. 다행이였다.
"어..벌써 아침준비야?"
"경호아버님 조깅 가신다고 경호랑 미리 아침식사 차려드리고 보냈어"
"아......."
순간 내 곁을 떠났다는 아내를 생각한 자신이 정말 밉고 바보 같았다.
나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조깅맨도 사라지고 모든게 원 상태로 돌아온듯 했다.
"맛...맛있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ㅎ 매일 같은 반찬 차려주는 것도 미안한데"
"아...아니야..하하..."
"싱겁긴..여보 나 음식 쓰레기 좀 버리고 올게"
아내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갔다. 나는 계속 밥을 먹었다.
계속 밥을 먹는데 어제 다용도실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다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였지만 내 의지와는 다르게 내 발은 다용도실로 향했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어..원래 아침에는 세탁기 안돌리는데...."
세탁기로 다가갔다. 세탁기가 돌아간지 꽤 됬는지 지금은 탈수 중이였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탁기를 열어봤다. 동시에 세탁기가 멈췄다. 근데 세탁기 안에는 빨래가 쌓여있지 않았다. 회전이 거의 멈추는가 싶더니 검은 속옷 같은게 보였다.
아내 팬티인 것 같았다. 아내가 팬티에 묻은 정액을 발견하고 아마도 바로 세탁기에 속옷을 돌린듯 하였다.
"이젠 아내도 그 놈이 한 짓을 알았겠지"
이제는 그 생각만 하면 머리만 아플까봐 잊기로 했다.
아내가 오기 전에 식탁에 앉고, 거의 다 먹어 갈 때쯤 아내의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어...버리고 왔어?"
"응.....다 먹었어?"
나는 열심히 먹는 시늉을 했다. 어제 그 놈이 아내에게 한 짓을 생각하며 아내에게 한번 떠보려 그 조깅맨에 대해 얘기를 돌려 말해 보었다.
"여보, 그 조깅맨...그 아저씨 조금 이상하지 않어?
"어??,..뭐가 이상한데?"
"아..아니...뭐 그냥...눈빛도 별로 안 좋아 보이고.."
이때쯤 아내에게서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나오길 바랬다.
"무슨 소리하는 거야........."
"아니 뭐 그렇다고......안그래?"
"안 그런데?"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나는 아내가 맞장구 쳐 주길 바랬는데....그냥 받아주면 되는데 안 그런데라니.....왠지 모를 배신감 같은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아니면 내가 괜히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제 밤에 일어난 일을 아내에게 설명하며 설득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면 아내는 그 놈이 자신의 속옷에 무슨 짓을 한지 알면서도 이해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 분..뭔가 불쌍해 난..혼자 사시고..."
아내의 말엔 진심이 담긴 듯 한 어투 였다.
"그...그렇기도 하다.."
그렇게 서로 대화를 한 듯 만 듯 끝내고 각자 학교로 갈 준비를 했다. 집에서 나온 후 마음이 착찹함이 말로 형언 할 수가 없었다.
"아........."
그냥 한숨만 푹푹 쉬어댔다.
내가 할수 있는 오직 한 가지였다...............
오늘은 왠지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학교에서도 멍하니 한곳만 바라보다 주임 선생님께 한소리 듣고, 수업도 10분 수업하고 나머지는 자율학습을 시키기도 하였다. 애들이 뭐라 질문을 해도 그냥 대충대충.....애들이 뭐라 수근대든 나는 귓가에 들리지 않았다.
왜 나보다도 열 살 많은 그 놈을 질투를 해야하지.....생긴것도 꼭 오타쿠처럼 생겨서 말이야...키도 작고....그렇고 보니 괜한 걱정인가 하기도 하였다.
그 놈이 그런 짓을 했어도 아내만 이상한 마음을 안가지면 되는 것이였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의 이상한 마음은 사라지지가 않았다.
원래 오늘도 야간 자율학습 감독이었는데, 학년 주임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먼저 퇴근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오늘 내 몸이 안좋아 보였던지, 오늘은 집에가서 푹 쉬라고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오늘은 집에가서 아내랑 dvd나 같이 봐야겠다 생각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 현관에 도착하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가려하는데 집 현관이 열려 있었다. 아내가 항상 열려있음으로 돌려놨다보다.
"여보..나왔어..."
"어....안녕하세요;;;"
왠 꼬맹이가 내 플레이 스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경호라는 아이였다.
아내는 어디가고 이 꼬마만 우리집에서 내 플레이 스테이션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죄송해요...저 이만 가볼께요;;"
"아..아니야 게임 계속해..."
".....니 선생님은 어디갔어??"
넥타이를 풀고 옷정리를 하였다.
"어..선생님......"
"그래 니 선생님.."
"잠깐 저희 집에 가셨어요..."
무슨일이길래 경호라는 애는 여기있고 아내는 경호집에 갔을까
"아버지가 선생님이랑 할 얘기 계시다고 잠깐 선생님 집에 가 있으랬어요...."
"뭐....???????"
뭔가 기분이 영 찝찝했다. 무슨 일 때문에 옆집에 간 것일까.....경호란 애가 있으면 안되는 얘기를 하려는 것일까....
"니네 집 문 열려있니?"
"잘 모르겠어요...;;"
나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옆집으로 향하다가.....
"아니......그냥 있을까.....곧 오겠지...전화 해볼까...아니야 가봐야지"
나는 옆집 현관앞에 섰다. 문을 살짝 돌리니 잠기지는 않을거 같았다. 나는 살며시 문을 열고 안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에는 아내의 슬리퍼가 있었고 그 조깅맨의 러닝화 이렇게 놓여있었다. 그리고 홀애비가 사는 냄새도 같이 풍겼다.
"아내가 여기 있나....;"
나는 살며시 아내를 불렀다.
"여...여보......"
안들리나..어떠한 인기척도 없었다. 나는 살며시 문을 닫고 들어가지는 않은채 다시 한번 좀 더 큰 소리로 아내를 부르려 하는데 집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벽에 붙은채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좀 더 집중을 해 보았다. 처음에는 주위에서 나는 잡음이라 생각했는데 좀더 집중할수록 그 소리가 점점 커져왔다. 하지만 완벽히 듣기에는 약간 멀어서 좀 더 집 안으로 들어갔다.
뭔가 귀에 소리가 잡힐때쯤 발걸음을 멈췄다. 아까 서 있던 곳에 1미터가량 밖에 안 움직였다. 근데 뭔가 이상한 마찰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의 말 소리도 들렸다.
우리집 구조로 봤을때 반대형이니 안방에서 나는 듯한 소리였다.
갑자기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건 뭐...뭐지...;"
지금도 아내를 의심하는건 아니였다.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 안방까지 들어갈 용기는 내게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