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에바부인 - 1부
나의 에바부인 - 선생님(1)
현숙이의 글은 글이 오는데로 올려드리기로 하고 새 글에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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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아이러브스쿨에 들리는 편이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도 잘 들리시겠지만...
주로 국민학교쪽에 들리고, 가끔 중학교쪽에도 들린다. 왜냐하면
내가 찾고 있는 선생님이 계셔서...
"그리운 선생님"이라고 지난날의 은사를 찾는 곳인데, 내가 찾는 선생님에 대한
나의 마음과 또 최근의 나의 근황.. 그리고 나의 폰번호와 사는 곳, 나의 메일주소를
올려놓고 근 육개월째 기다리고 있었다.
중3때 담임선생님으로 음악을 맡고 있었는데, 성함이 이숙자선생님이였다.
그 당시 나이가 스물넷에서 여섯 정도..(정확한 나이는 잘 모르지만..)
그때의 내 나이가 열여섯이었으니까 나하고는 적게는 여덟살에서 열살 정도
차이가 나지 않았을까...
참 우아하고 곱게 생긴 분이였다. 근접할수 없는 위엄도 있었고..
중3이라면 한참 짖굿게 장난을 칠 나이였는데, 우리반 아이들은 그 선생님 말은
잘 들었던것 같다.
그 선생님외에도 여선생님들이 몇분 계셨는데, 다른 선생님들 한테는
짖굿은 장난을 치곤 하였지만...
(수업때 발끝에 거울을 올려놓고 치마속을 감상한다든지, 계단을 올라갈때
그 곳을 보기위해 따라가서 허리를 숙여 보곤 했다.)
여자형제가 없었고, 계모 슬하에서 여자들의 따뜻한 정을 못받고 자란 나는
그 선생님을 누나처럼.. 엄마처럼 따르고 좋아했었다.
조금 계집애처럼 생기고, 키가 작았던 나는 그 선생님앞에서 유난히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시골서 어려운 가정형편에 그나마 공부를 꽤 잘한 탓이었는지 소위 유학이라고
도시로 진학을 해서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입학시험을 치러야 했다.
아마, 우리나이가 시험을 치러 중학교에 입학한 마지막 세대인걸로 알고 있다.
고향인 C읍에서 중학교가 있는 M시까지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열차를 타고 통학했었다. (중1, 2학년때엔 증기기관차를 타고 다녔는데 터널속을
들어 갔다가 나오면 코 주위가 시커멓게 되곤 했다.)
그런 나에게 유난히 신경을 많이 써 주셨고 예뻐해 주셨던걸로 기억하고 있다.
육개월을 아이러브스쿨에 들락거리고, 메일을 확인해 봐도 소식이 없어서 포기할 즈음
그 선생님한테서 메일이 날라왔다.
"정수야!
요즈음 컴퓨터를 배울려고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학원선생이 인터넷에
아이러브스쿨이라고 동창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사이트가 있다고 해서,
옛 제자들의 소식이 궁금하여 들렸는데, 네가 날 찾는 글이 실려 있더구나!
삼십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나를 잊지 않고 있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예전에 중학교가 있던 이곳 M시에서 살고 있다.
별 풍파없이 가정을 꾸리고 아들,딸 놓고 잘 지내고 있다니 반갑기 그지 없다.
이제는 중년이 되어 잘 살고 있는 너희들의 모습이 한번 보고 싶구나!
아래에 나의 메일주소를 적어 놓는다.
혹시라도 연락할 일이 있으면 그기로 연락 하거라!
-너의 옛날 담임선생이- "
오! 하느님! 저의 소원을 들어 주셨군요!
부랴부랴 동창회의 총무에게 연락을 하고, 긴급 동창회를 소집한다.
사실, 나 말고도 그 선생님을 보고 싶어하던 친구들이 제법 있었다.
다시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낸다.
"보고싶은 선생님!
그렇게도 그리워 하던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얼마나 기뻣는지 모릅니다.
다가오는 O월O일날 M시에서 선생님의 제자들이 모임을 갖기로 했읍니다.
별일이 없으시다면 한번 모시고 싶읍니다.
시간과 장소는 그날 저녁 여섯시에 OO호텔의 15층에 있는 뷔페로 정했읍니다.
그날, 부디 참석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선생님의 영원한 제자 김정수 드림- "
며칠후 선생님이 참석을 하겠다는 메일을 받고, 총무와 상의하여 우선 내 돈으로
선물을 준비한다.
그리고, 동창회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왜 그리 시간이 더디게 가든지...
드디어, 동창회가 열리던날, 아침일찍 일어나 셀프세차장으로 차를 끌고 가서
차에 광이 나도록 세차한다.
한번씩 행사때만 입던 양복을 꺼내 입고, 동창회가 열리는 M시로 향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한시간반쯤 걸리는 거리가 왜 그리 멀게 느껴지는지...
M시에 도착해서, 동창회가 열리는 OO호텔 뷔페로 들어선다.
예약한 룸으로 들어서니, 벌써 대부분의 친구들이 다들 모였는지(한 스무명 정도)
빈자리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은 아직 보이지 않고...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다.
총무를 맡고 있는 재성이란 친구가
"야! 정수야! 네가 이번에 큰일을 했다!
안그래도 그 선생님을 보고 싶어하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하며 내 어깨를 두드린다.
룸입구에 앉아 있던 친구들이 일어서서 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여 바라보니
나의 누나였고, 엄마였던 그 선생님이 들어선다.
옥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선생님이 환한 미소를 띠고
친구들의 인사를 받기에 바쁘다.
흰머리는 별로 보이지 않고, 세월이 흘러 눈가에 주름은 조금 잡혔지만
옛날 그 모습 그대로 참 고운 얼굴이다.
조금 늙게 보이는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또래로 보일만큼 생각보다 젊게 보이는 얼굴이다.
선생님께 다가가서 인사를 한다.
"선생님! 저.. 정수예요!"
"아.. 네가 정수구나!"
미소를 띄고 찬찬히 나를 바라본다.
맨 안쪽자리로 선생님을 모신다.
친구들의 묵시적인 동의아래 옆자리에 앉는다.
"제가 갖다 드릴께요!"
"아니? 갖다 주려고?" 싱글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아! 예전에 저희들을 가르치시느라고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이 정도야 못해 드릴려고요!"
"그래! 그럼 한번 호강해 볼까?"
"무슨 음식 좋아하세요?"
"그냥 좀 담백한 걸로.. 생선이나 야채같은게 좋겠는데..."
청어구이하고 회를 좀 담고, 초밥과 야채류를 접시에 담아 갖다드린다.
"아유! 정수는 내 입맛을 다 아는 모양이네?
초밥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고..."
나도 내 음식을 담아 와서 선생님의 옆자리에 앉는다.
오늘 화제의 중심은 당연히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