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6부)

야설

숨결 (6부)

avkim 0 1332 0

사그러지는 계절의 여운을 남기려는 것일까.. 요란한 천둥 소리와 더불어 늦여름의 세찬 빗줄기가 시간의 흐름에 발맞춰 계절의 저편으로 물러서야만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려는듯 언제부터인가 조용히 몸을 웅크린체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그러져가는 계절을 더 이상 받아들이려 하지않는 시간의 장막처럼 세찬 빗줄기는 자신과 그녀 사이를 막아서고 있는 한장의 얇은 유리창에 의하여 그녀의 눈앞에서 산산히 부서져 가기만 했다. 수경은 자신의 무릎을 가슴에 안은체 어두컴컴한 하늘을 가르며 나락치는 창밖의 빗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낯선 남자와의 불륜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일까.. 아니면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섹스의 쾌감에 흐려졌던 자신의 양심탓일까..

 

수경의 마음은 창밖으로 보여지는 뿌옇고 어둑한 풍경처럼 그 진위를 파악할수 없을만큼 흩뿌옇기만 했다. " 번쩍.... 콰광..~~ 쾅.. " 한 차례의 번개가 지나간후 귀청을 찢을듯 요란한 천둥 소리가 울리자 수경은 갑자기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 쿠구궁..~~ 콰아앙... " 자신을 바라보던 여인이 자신을 향해 등을 돌린체 발걸음을 띄우자 늦여름의 하늘은 더욱더 큰 소리로 그녀를 향해 울부짖었다. 수경은 아파트 옥상의 철문의 손잡이를 돌리고 문을 제꼈다. 그러자 미세한 물방울이 수경의 얼굴을 향해 달려 들기 시작했다. 수경은 살며시 눈을 감으며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듯 내려앉고 있는 물방울의 감촉을 느끼며 무언가에 이끌리는듯 세찬 빗줄기가 내려치고 있는 옥상을 향해 자신의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 쿠구궁..쿵.. " 드디어 그토록 자신이 갈망하던 여인의 몸을 훑기 시작한 빗줄기의 깊은 신음이였을까...

 

귀청을 찢을듯 울려대던 천둥이 수경이 빗줄기속에 몸을 던지는 순간 나즈막한 음정의 일갈을 토해냈다. 수경은 여전히 눈을 감은체 자신의 얼굴과 몸을 세차게 훑은뒤 한줄기 물줄기가 되어 자신의 발끝을 따라 떨어지는 빗줄기의 어루만짐을 음미했다. 마치 자신의 기억속에서 자신의 벌거벗은 육체를 더듬었던 어느 손길의 어루만짐을 기억해낸듯 수경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히며 그렇게 자신의 육신을 향해 떨어지는 빗줄기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 띵동~~ 띵동~~.. 띵똥~~띵똥~~.. " " 누구십니까.. " 재훈은 요란하게 벨소리가 울리자 현관으로 달음질치듯 다가서며 물었다. " 띵동~~ 띵똥~~ " 누구냐는 재훈의 물음에 요란한 벨소리만이 대답을 대신했다. 재훈은 계속해서 벨소리가 울리자 현관문의 자물쇠를 풀고 현관문을 열었다. " 수..경..씨.. " 재훈은 놀란듯 이제껏 벨을 요란하게 울려대던 인물을 향해 외쳤다. 수경이였다.

 

그것도 온몸에 비를 흠뻑 맞은체 빗물인지 눈물인지를 알수 없지만 눈가에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체 현관앞에서 재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 어떻게.. 그리고 지금 그 차림은.. " " ..... " 아무말도 하지 않은체 수경이 그저 재훈을 바라보며 서있자 재훈은 수경의 손목을 잡고 현관문 안으로 수경을 들어서게 했다. " 잠시만요.. 수건 좀 가져올께요.. " 재훈이 말을 마치며 수건을 가지러가기 위해 몸을 돌리고 걸음을 내딛으려 하자 갑자기 수경이 재훈의 허리를 끌어 않았다. 순간 갑작스런 수경의 행동에 재훈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듯 멈추어섰다. " 흐흑... 흑.. 흑흑.. " 갑자기 수경은 울음을 터뜨렸다. " 흑..흑.. " " ..... " 그렇게 계속해서 자신의 등뒤에서 수경이 오열하자 재훈은 자신의 배쪽에 놓여진 수경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뒤 수경의 울음 소리가 수그러들기 시작할즘 재훈은 자신을 안고 있는 수경의 손을 푼뒤 몸을 돌려 흐느끼는 수경의 얼술을 손으로 감싼뒤 자신의 품안에 수경을 포근하게 안았다.

 

그렇게 재훈이 수경을 품에 안자 수경 역시 손을 재훈의 등쪽에 얹으며 재훈의 품속 깊이 안겼다. 재훈은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벌거벗은 등을 보이며 앉아있는 수경의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비벼대며 정성스레 물기를 닦아주고 있었다. 재훈은 그렇게 젖어있는 수경의 머리를 말리며 가슴 한구석에서 밀려드는 수경을 향한 애처로운 심정을 느꼈다. 자신의 힘에 의하여 무너져버린 수경이였다. 그리고 그건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한 여인에겐 커다란 사건이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경은 자신앞에 초란한 몰골로 다가왔던 것이다. 하지만 재훈은 모든걸 이해할수가 없었다. 수경이 왜 비에 젖은 모습으로 자신을 찾아왔고 그리고 지금 이렇게 자신의 손에 머리결을 맡긴체 벌거벗은 등을 보이고 앉아있는 수경을 모두 이해할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에게 닥쳐온 커다란 사건 앞에서 이 여자는 아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허우적 거렸으리란 것만을 어렴풋이 느낄수 있을것 같았다. " 재훈씨.. " " 네.. " " 재훈씨는 지금 나를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아니 어쩌면 섹스에 미쳐서 아무 남자에게나 달려드는 그런 값싼 여자로 생각하죠... " " 아닙니다.. 절대로.. " " 재훈씨가.. 저를 어떻게 생각 하셔도 좋아요... 지금도 이렇게 벌거벗고 앉아서 재 훈씨의 손에 머리를 맡기고 있는 저를 창녀라고 욕해도 좋아요.. " " 수경씨.. " " 하지만 너무 무서워요.. 재훈씨가 저를 억지로 범했다고 몇번인가를 생각 했지 만... 그랬지만.. 전.. 그때.. " " 그만해요.. 수경씨.. " 재훈이 수경의 말을 끊으며 수건을 바닥에 떨군뒤 손을 수경의 옆구리로 뻗어 수경의 배를 두손으로 감싸 안으며 수경의 등을 자신의 가슴으로 당겨 안았다. 그리고 재훈은 수경의 한쪽 어깨에 턱을 얹으며 자신의 뺨을 수경의 한쪽뺨에 살며시 붙였다.

 

" 수경씨.. 우리 그냥 운명이였다고 생각해요.. 운명이라고.. " " ..... " " 우린 정상적인 만남을 통해서 만나지 못하는.. 그래서 이렇게 밖에는 만날수 밖에 는 없었던 운명이였다고요.. " " ..... " 재훈은 그렇게 말을 건내며 수경의 배위에 놓여졌던 손을 위로 옮겨 수경의 두 유방을 양손으로 하나씩 보듬어 안았다. 수경은 그런 재훈의 행동을 만류하지 않은체 가만히 앉아 있었다. " 재훈씨... " " 네.. " "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는게 운명탓이라면 그렇다면 그걸로 우리가 모든걸 용서 받을수 있는건가요.. " " 그렇치는 않을 겁니다... " " 그렇다면 재훈씨 보다는 제가 더욱 큰 죄를 범하고 있겠군요.. " " ..... " 수경의 말에 재훈은 입을 열지 못했다 " 남편이 있는 여자가..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 막 이사온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서 쾌락에 휩쌓인 신음 소리를 내뱉으며 그 낯선 남자의 품에 매달렸으니까요.. " " ...... " "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지금도 이렇게 그 남자의 품에서 벌거벗은체 안겨있는 전 도 대체 얼마나 큰 죄를 범하고 있는 걸까요... " " 수경씨... " " 전 어떻게 해야하는 건가요..

 

재훈씨.. 도대체..어떻게.. " 수경의 말이 계속되자 재훈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수경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경과 자신은 적지않은 시간을 두고 서로를 너무 사랑했기에 불륜을 저지른 그런 사이가 아니였다. 단지 자신의 순간적인 충동에 휩싸여 우연찮게 섹스를 하게된 그런 사이였다. 그건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 한다해도 지금 이렇게 앉아있는 자신들을 향해 침을 내뱉을 그런 사이일 뿐이다. 수경은 어깨를 움썩이며 어깨를 옆으로 뺀뒤 재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재훈씨.. 우리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 일은 모두 서로의 기억에서 지운체.. 아무 일 없었다는듯 지내야 하나요.. 아니 그럴수 있기는 할까요.. " " 모르겠읍니다... " 모르겠다는 재훈의 말에 수경은 답답했다. 무슨 확실한 대답이라도 재훈이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밀려 들었다.

 

아무일 없듯이 잊고 살수 있다던지.. 아니면 거짓으로라도 자신을 사랑할수 있으니 그냥 이대로 그렇게 지내고 싶다고 말을 한다면 수경은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라도 그대로 따르고 싶었다. 하지만 재훈 역시 자신처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말만을 하고 있었다. 답답하다는 듯이 수경이 다시 고개를 앞으로한체 말이없자.. 재훈이 다시 자신의 유방을 움켜쥐었던 손에 힘을주며 자신을 끌어 안는것이 느껴졌다. 순간 수경은 자신의 등쪽에서 시작되는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체온은 선경의 냉랭했던 마음을 살며시 녹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순간 수경은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자신을 향해 세상이 어떤 손가락질을 한다해도 지금 이순간 느껴지는 이 포근한 느낌은 밀어내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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